무너지고 있는 원전 中企, “제발 버틸 시간을 달라”
무너지고 있는 원전 中企, “제발 버틸 시간을 달라”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9.01.2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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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금천공업 제작기계.
멈춰 선 금천공업 제작기계.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공식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지 20개월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광풍처럼 휘몰아친 탈원전 추진의 여파로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기반을 지탱하고, 발전을 견인해온 원전 중소기업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해 ‘제발 버틸 시간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황일주 금천공업 사장, “신한울 3,4호기 재개 안 되면 2,3개월 내 문 닫을 판”

황일주 금천공업 대표.
황일주 금천공업 사장.

창원에 소재한 금천공업(사장 황일주)도 탈원전 정책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원전 중소기업 중 한 곳이다. 지난 2000년부터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로 등록돼 S/G, R/V NOZZLE류, STUD&NUT 등 원전 설비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금천공업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원전 강소기업이지만 현재는 애지중지하던 제작기계까지 팔아 겨우 회사를 유지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금천공업은 신고리 5,6호기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두산중공업에 납품할 예정이지만 그나마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면 참여할 수 있는 원전사업이 없어 계속 회사를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회사 운영비 마련을 위해 2억6,000만원에 구입한 제작기계를 1억7,000만원에 반값으로 팔고, 총 9명이던 인력도 5명으로 줄여 버티고 있지만 궁여지책에 불과한 실정이다.

황일주 금천공업 사장은 국내 원전이 위험하다고 이유로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30년 넘게 원자력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생각하듯이 국내 원전은 위험하지 않다. 뭘 보고 위험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근거도 없는 위험성만 강조해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국내 우수한 원자력기술과 중소기업들을 다 죽이는 꼴”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황 사장은 정부가 건설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줘야 원전사업을 계속 하든, 업종을 변경하든 버틸 힘이 생긴다며 정부가 정책 수정을 통해 중소기업에게 시간적 여유를 줘야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 버틸 힘이 생기고, 건설기간 동안 원전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너무 급격하게 탈원전을 추진하다보니 원전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며 “설혹 체코 등 해외 원전을 수주한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견딜 수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지 않으면 2~3개월 후엔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울러 황 사장은 한수원 원전비리 시에는 일부업체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원전산업 전체가 없어질 상황이어서 그 심각성은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원전업계를 청산해야 할 적폐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업종 변경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당장 신한울 3,4호 건설이 재개돼도 가공업체는 1년에서 1년 반의 공백 기간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재개만 되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버틸 것”이라며 “신규원전 건설이 안 되면 원전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부품 공급망이 파고돼 기존 가동원전의 안전 운영에도 심각한 영향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곤재 세라정공 사장,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우수 기술 사장될 위기 처해”

김곤재 세라정공 대표.
김곤재 세라정공 사장.

창원에 소재한 또 다른 원전 중견기업 세라정공(사장 김곤재)의 사정도 금천공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라정공은 원자력, 수화력 등 발전설비 부품과 제철설비 Mill Housing, 선박 엔진 Frame Box 및 Press 설비 등과 같은 대형 일반 산업부품 등의 임가공을 주업으로 우수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5년 설립한 세라정공은 지난 2007년부터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로 등록돼 원자력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원자력 부품과 같은 고난도의 제품 가공 및 품질 관리를 위해 ISO 9001:2008 인증서를 취득하고, 원자력 부품가공을 위한 품질자격(ASME SECT. Ⅲ / KEPIC MN.SN (NS등급))을 취득했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 출신인 김곤재 세라정공 사장은 원전산업은 일반산업보다 까다로워 진입하기 위해 많은 준비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기술 노하우도 갖춰야 하는데 원전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투자와 기술을 사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탈원전 정책의 수정을 촉구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탈원전 정책을 급격하게 밀어붙이니까 원전업계가 준비할 시간도, 대안도 없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도 원자력 분야가 60~70% 차지하기 때문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 되면 매출 감소가 매우 커진다. 대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2~3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원자력 제품 가공장비가 워낙 고가라 그 장비로 일반 제품을 만들면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원자력 사업을 접으면 관련 인력도 줄일 수밖에 없어 고용창출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고수익을 발생하는 원자력 사업을 접으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우수한 원전 기술력 보유하고 있고 먹을거리가 널려 있는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기술을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고 어리석은 짓”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원전산업을 포기하려는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 역시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탈원전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장담한다. 위험한 부분은 보완해서 더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 위험하다고 하면 노후원전을 정지해야지 왜 신규원전을 못 짓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는 절대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원전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원전 안전운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원전산업이 사양산업이라면 업계 스스로가 손을 놓을 것이다. 정치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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