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한수원과 대리점 ‘상생 해법’ 있나
[창간특집]한수원과 대리점 ‘상생 해법’ 있나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3.03.0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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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산업 종합 혁신방안, 원전 대리점 제도 존폐 여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지역 대리점 ‘반발’ 불러올 소지 많아
한수원 “상반기 중 확정…최대한 합리적 방안 찾겠다” 밝혀

▲ 원전 대리점 제도의 전면 폐지 등의 세부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원전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정부와, 대리점 업계의 생존 여부가 달린 현실 사이에서 한수원이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체질개선을 하면서도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은 나올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12월 4일 종합준공식을 개최한 신고리원전 1,2호기 모습.[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지난 1월 9일 ‘원전산업 종합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세부혁신 방안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인적 쇄신과 조직 혁신, 원전 품질관리 시스템 강화, 안전 최우선의 원전 정비 및 운영 등을 천명한 바 있다.

지경부는 이 가운데 원전 품질관리 및 발전소 구매.대리점.수의계약 최소화를 언급하며 “구매.검수.납품사 관리 등 모든 구매관련 업무를 본사 내 전담조직에서 종합 관리하고, 발전소별 구매 기능은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경부는 특히 ‘혁신방안’ 발표 당시 “최근 품질서류 위조 및 납품비리의 주요 특징으로 원제작사→대리점(1개 또는 2개)→한수원으로 다단계 납품시 비리에 취약”하다며 “Q.A등급 설비.부품은 대리점 구매제도를 최소화하고 한수원이 직접 구매함으로써, 납품비리 및 서류위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경부는 그러면서 ”대리점 제도는 조속한 기간 내 전면 폐지하는 등 납품사 관리체계 재검토“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지난달 ‘구매사업단’을 신설했다. 신설된 구매사업단은 “구매·자재업무 프로세스를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구매는 물론, 검수와 납품사 관리 등 전반적인 구매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구매사업단 신설에 따라 한수원은 그동안 5억 원 미만의 부품은 각 발전소에서 구매해왔던 ‘발전소별 구매 기능’을 폐지하고, 모든 구매 업무를 본사에서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본사와 사업소로 이분화 되어있던 구매 업무를 일원화, 원전 운영의 신뢰도를 대폭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안전성과 관련한 Q.A 품질등급의 기자재는 대리점 구매를 최소화하는 한편, 수의계약에 대해 감사실 등에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없나?…대리점 업계는 ‘탈원전’ 바람 불어
하지만, 지역 대리점 제도 폐지는 지역 대리점 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동종업계로 인한 품질보증서 위조, 납품비리 문제에 대해 그 해결방안으로 한수원이 대리점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본인 및 직원들의 생사와 직결된 문제여서 업체들이 과연 온전하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최대 걸림돌이다.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대리점 존폐 여부에)요즘 그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고, 신경을 쓴다고 좋아질 것도 없다”면서 “관심을 두지 않고 다른 사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리점 업계는 지금 “(지역 대리점을 언급하며)그런 업체들 도산하고 나면, 한수원이 자기들끼리 발전소를 (운영)돌리던 말든, 알아서 하겠지”라는 분위기라며 “자재가 없어, 발전소가 정지하든지 말든지, 그런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원자력발전소가)돌아가는 것이 지역의 협력사(대리점)가 있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역 대리점 업계의 공헌을)그걸 무시하고 (대리점을 없애면)그렇게 하면, 발전소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 건지, 한번 보자 이거죠”라며 격앙된 감정을 가진 지역 업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구매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 발전소가 언제 어떤 문제로 정지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노하우로 관련 기자재를 적기에 수급하면서, 원전 안전에 일조한 대다수 대리점 업계의 수 십 년간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 1월 말에는 “빈대를 잡겠다면서 초가삼간을 다 태우겠다는 방침”이라며 “수 십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온 원전 기자재 수급의 근간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동안 지역 대리점은 원자력발전소 계획예방정비 및 불시 고장 정지 과정에서 적기에 기자재 수급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와 관련해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대리점 제도를 없앨 경우, 적기 수급에 지장을 초래해 결국, 원전의 안전 문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업체 대표는 “처음에는 대리점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 신경을 썼지만 지금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이야 (발전소가)돌아가겠지만 앞으로 1~2년 후에는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수원 지역 원전 현장에서는 수의계약도 없어지고 있고, 구매 절차도 상당히 복잡해 졌다”며 “예를 들어 해당 소재를 포스코에서 사왔을 경우, 해당 메이커나 인증기관에서 발행하는 인증서를 받아 오라고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해당 기자재를 납품해봐야 얼마 남지도 않는데, 관련 성적서 등을 첨부하게 될 경우, 납품가격은 2배 이상 받아야 한다”며 한수원이 납품 가격을 인상해 주겠냐고 반문했다.

■폐지할 경우, 기자재 수급방안 꼼꼼히 짚어야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폐업을 하려해도 폐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폐업을 하려면 몇 억대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류를 위조하거나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일부 대리점 업체들은 분명 잘못된 것이 맞다”면서도 일부 문제를 확대해서 전체를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대리점으로 인한 품질보증서 위조, 납품비리 발생 등)그런 상황에서 한수원이 문제 많은 대리점 제도를 없애겠다는 데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단지, 정비라는 것이 발전소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일인데, 정비하는 사람들 측면서 보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 질 것”이라며 “앞으로 필요한 자재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애로들이 따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지역 대리점 업체가 관여하는 분야가 일정해서 그동안은 최소 주문단위로 1~2개 더 구매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는데, 아마도 본사 차원서 필수 예비품을 따로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떤 기자재가 불시에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어, 이미 확보된 물건들은 사용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상생의 해법’ 나올 수 있나?
한수원 관계자는 “Q.A등급 설비.부품은 대리점 구매제도를 최소화하고 한수원이 직접 구매함으로써, 납품비리 및 서류위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고 ‘원전 사업 종합 혁신 방안’에서도 밝혔듯이 대리점 제도는 조속한 기간 내 전면 폐지하는 등 납품 관리체계 재검토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상반기 중 완료를 목표로 여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안을 만들겠지만, 공정위에 위반될 소지 등을 안고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검토한 후 최종적인 방안을 내 놓을 계획”이라며 “곧 공정위에 질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역 대리점 입장에서 보면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며 “최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대리점 문제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품질등급 확보 여부 등 입찰참가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현행 대리점 구매 제도에 따라 필요한 기자재를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점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에도 한수원이 지역 대리점 제도를 없애려고 한 적이 있다”며 “당시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라며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기대를 접고 다른 사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그는 지난 1월 말 근본적인 체질개선도 중요하지만, 원전을 의지하면서 동고동락 해온 지역 원전과 업계간의 상생협력 차원에서도 대리점 전면 폐지 문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원전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정부와 대리점 업계의 생존여부가 달린 현실 사이에서 한수원이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체질개선을 하면서도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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