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이하 한전)는 작년에 발생한 여주지사 관내 전기공사 감전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김다운 씨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1월 9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정승일 사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활선 작업 즉시 퇴출’ 등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먼저 이번 감전사고로 사망한 故 김다운 씨 유족에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전하고 “특별대책을 통해 회사 내 가용한 인적자원 및 예산 등 제반역량을 안전관리에 최대한 투입하고,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이 관리하고 있는 전력설비는 전주(973만기), 철탑(43,695기), 변전소(892개소)가 주를 이루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매일 평균적으로 전국 약 1,500개소에서 전력설비의 건설과 유지보수 공사가 시행돼 연간 총 28만 건에 이르고 있다.

전력설비의 계획·건설, 유지·보수 과정에서 무정전, 신속복구 등 전기사용자의 편의 증진을 최우선으로 하고, 공기와 예산 측면에서 효율중심의 관리를 추구한 결과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전기공사업법 제3조(전기공사의 제한 등)에 의하면 한전의 모든 전기공사(발전, 송전, 변전, 배전)는 면허를 가진 전기공사업체에서 시행토록 되어 있고, 예외적으로 한전은 재해 등 비상시 복구공사만 직접 시행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

전기공사업 참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2001년 10,321개 → 2010년 12,734개 → 2020년 19,358개)했고, 이로 인해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표준공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2016년 6월부터 직접활선 공법 중 안전사고가 잦은 전선이선공법을 폐지하는 등 전기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근절코자 노력해왔으며, 지난해 8월 102개의 안전관리 개선과제를 발굴·추진해 왔다 특히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감전, 끼임, 추락 등 3대 주요재해별로 보다 실효적인 사고예방 대책을 보강해 현장에서의 이행력을 높일 방침이다. 

이번 특별대책에 따르면 첫째, ‘先안전 後작업’을 통한 3대 주요재해별 실효적 대책을 강화키로 했다. 

우선 감전사고 근절을 위해 직접활선 작업을 즉시 퇴출시며 작업자와 위해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토록 했다. 한전은 2018년부터 간접활선[전력선비접촉]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약 30%는 직접활선 작업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또한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전력공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감전의 우려가 전혀 없는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하고, 감전사고 사례가 없고 직접활선에 비해 안전한 간접활선(전력선비접촉) 공법을 추가 개발해 현장적용률을 높이도록 했다. 

‘끼임사고’ 근절 방안으로 작업용 특수차량에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전기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의 밀림사고 예방을 위해 ‘풋브레이크와 아웃트리거간 Interlock 장치와 고임목’을 반드시 설치한 이후 작업에 투입토록 했으며, 실행력 확보를 위해 절연버켓에 대한 기계적 성능 현장확인 제도를 도입하고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임목 설치 여부를 확인한 후 작업을 시행토록 했다. 

‘추락사고’ 근절 방안으로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했다.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버켓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 후 제한적으로만 예외를 적용토록 했다.

아울러 한전은 전국 4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있으며, 당초보다 3년을 앞당긴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추락방지망 설치 위치를 철탑 최하단 암(Arm) 하부 10M로 즉시 조정하고, 구조를 개선해 안전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둘째, 전기공사업체 관리체계 혁신 및 자율안전관리를 유도키로 했다. 

‘관리체계 혁신’ 방안으로 우선 연간 28만여 건 공사 중 도급 공사비 2,000만원 이상이거나 간접활선 공사에는 현장 감리원을 상주배치(전체 공사 22%)하고 있지만 국내 감리인력 수급상황을 감안해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 1안전담당자가 배치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현장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키 위해 인력·장비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안전담당자가 전수검사할 계획이다. 불법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즉시 공사중단(line-stop) 조치하고 해당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반면, 무사고 달성, 안전의무 이행 우수업체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 사업소의 관리자 및 현장 담당자들이 공사현장을 촘촘하게 안전순시하고, 필요 시 불시에 순시하는 등 2중, 3중의 관리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전기공사업체 자율안전관리’ 유도 방안으로 우선 안전관리 방침이 공사 현장까지 전파되도록 공사업계, 노동계 등과 소통해 안전경영 의지를 전파하고 현장의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전기공사업체간 직원 돌려쓰기,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 한전 공사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One-Strike Out 제도’ 도입에 대해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기공사업체 지원’ 방안으로 전국 15개 전문교육기관에 배전 전문회사 종사자를 위한 실질적 숙련교육 및 안전분야 교육을 확대하고, 주요 3대 재해 예방을 위한 장비·공구 구입 시 전기공사회사의 재정 부담을 완화키 위해 안전관리비 지원 또는 한전이 직접 구매해 지원하는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전기공사업체 직원 안전의식 강화’ 방안으로 우선 작업자가 공사를 거부하고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기존에는 불이익을 우려해 제 기능을 못했지만 무리한 작업량, 단독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 전면 확대해 나가고 손실보전 대책도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작업장소별 현장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작업자 5대 필수 금지행위’를 제정해 차량, 안전장구 등에 부착해 안전을 내재화하고 일상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작업자 5대 필수 금지행위’는 ▲단독작업 ▲사전 미승인무단작업 ▲안전장구 미확보 작업 ▲검전·접지 前 작업 ▲안전발판및고임목 미설치 작업이다. 

셋째, 제도개선으로 인적 위해요인을 원천 제거키로 했다. 

우선 안전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하고, 외부 안전전문가를 포함한 안전 옴부즈만을 도입해 각종 안전시스템의 유효성 점검, 안전관련 제도 제·개정 시 평가 시행, 안전사고 발생 시 조사분석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 재배치를 통해 전국 251개 사업소의 촘촘한 안전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올해는 전년 대비 0.2조원 증가한 2.5조원의 안전예산을 편성해 안전설비 확충, 공법 안전성 강화, 안전기자재 구입 등에 중점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제도개선의 현장 실행력을 강화키 위해 전기공사업체 계약 관련 국가법령의 개정, 현장 안전관리비 현실화, 위험 요인의 물리적 제거를 위한 예산의 추가 확보 등을 국회, 정부, 이해단체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각종 안전 센서, AI 영상, 드론(Drone) 운영, 로봇 공법 등을 개발해 한전 전기공사 현장의 위해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한전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효율’에서 안전‘으로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할 방침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력설비와 전기공사의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키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전기공급 일정이 지연될 수 있으며, 위험한 작업을 대체키 위해 전기 선로를 차단해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전기사용의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지만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전 임직원이 되새기면서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효율중심의 현장 관리에서 안전중심의 현장 관리로 만들어가기 위한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작업자의 생명보호와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같은 시기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전과 전기공사업계가 협동해 향후 사고예방을 위한 가능한 모든 통제수단과 예방조치를 함께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