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은 원칙을, 한전KPS는 권리를 지켰다
한수원은 원칙을, 한전KPS는 권리를 지켰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4.05.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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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위조 시험성적서 건으로 한전KPS 부정당업체로 제재
한전KPS “검찰 조사결과 무혐의” 제재는 부당, 소송으로 대응
대구지방법원, 한전KPS가 낸 가처분소송서 제재 집행정지 결정

▲ 사진은 신고리원전 1,2호기의 모습.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하 한수원)은 ‘원칙’을 지켰고, 한전KPS(사장 최외근)는 ‘권리’를 지켰다. 무슨 일일까?

한수원과 한전KPS는 국내 원전 산업계에서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 관계다. 해외시장에서도 이들 두 기업은 동반자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UAE 원전 사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UAE 측의 요청에 따라 한수원은 한전이 건설하고 있는 UAE 바라카 원전의 운영을 맡게 된다. 대표적인 발전정비 공기업인 한전KPS는 정비를 담당하게 된다.

한전KPS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수원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13기의 원전 정비를 담당하고 있으며, 원전과 양수발전 부문에서 3,811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한수원과 한전KPS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국내 원전산업계의 대표적인 이들 공기업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작은 지난해 원전 산업계를 강타한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다.

한수원은 지난 4월 위조 시험성적서건을 이유로 한전KPS를 부정당업체로 제재 하고 4월 25일부터 입찰을 제한하겠다고 한전KPS에 통보했다. 이에 한전KPS는 4월 17일 한수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대구지방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한전KPS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은 4월 22일 부정당업체 제재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이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했지만, 법원이 한전KPS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아무 일도 없던 것이 된 것이다. 도대체 이유는 뭘까?

한전KPS 홍보팀 관계자는 한수원이 지난해 품질보증서류 위조건으로 부정당업체 제재를 하고, 입찰을 제한하겠다고 의사를 공문으로 보내와 이를 법원에 제소한 것이라며 한수원이 제재 이유로 삼은 내용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방법원은 한전KPS의 부정당업체 가처분신청에 대해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 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아니함으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및 제3항을 적용하여 결정”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한수원의 부정당업체 제재와 관련해 해당 업체의 가처분소송을 인용한 것은 이례적인 판결로 보인다. 실제 대구지법은 지난해 12월 한수원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두 곳의 중소기업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최근 한전KPS 제재 여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수원 관계자는 “부정당 제재를 했더니 소송을 걸었다”며 “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소송 두 가지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정지 소송은 법원에서 인용을 했다”며 “그래서 집행정지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즉, 부정당 제재 집행정지가 걸려있는 상태여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본안소송은 지금 진행 중이라고 요약했다.

제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기사화 되는 것”이냐며 “기사 그런 거 나가면 일도 못하고….”라며 부담스러워 했다. 거듭된 질문에 그는 “우리가 창구를 일원화 하거든요. 홍보팀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한수원 홍보팀 관계자는 “(한전KPS의)제재 사유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한전KPS의) 하청 회사에서 위조된 시험성적서 제출한 것”이라며 “6개월의 제재를 받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8월 10일 A기업을 시작으로 195개사의 부정당업체 현황 자료를 전자상거래시스템(http://ebiz.khnp.co.kr)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4월 25일부터 부정당업체로 제재(6개월)를 결정한 한전KPS는 5월 30일 현재도 현황 자료에서 누락되어 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최외근 한전KPS 사장은 최근 “저희들이 부정당업체가 되면 타격이 굉장히 크잖아요. 부정당업체로 제재되게 된 사유가 부품 위조와 관련해서 그렇다. 원자력 관련해서 38건인가를 부품을 위조했다며 작년 한해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전부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우리의 책임이 없다고 무혐의 처분이 났으면, 한수원이 우리를 부정당업체로 정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그렇게 판단해서, 그동안 어필을 많이 했는데, 한수원에서 그렇게 나가니까 우리는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해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한수원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왜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하려 하느냐고 물으니 “형평에 안 맞는다. 다른 기업도 그런 유사한 경우가 많이 있는데, 다른 기업은 부정당업체로 지정하고 한전KPS만 뺄 경우, 전력그룹사이기 때문에 봐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 또 관리·감독 책임도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최외근 사장은 “왜 우리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냐 하면은, 한수원에서 (정비)공사를 하면서 선 발주 관계 때문에 그런 위조 서류가 제출 된 거죠”라며 “원인은 한수원에서 큰 거고, 그래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사장은 “저희들도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또 “일단은 가처분 신청으로 효력정지 상태가 되었다”며 “사업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고, 이제 본안 소송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본안소송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수원 관계자를)개인적으로 만나면, 당연히 한전KPS는 제재할 사안은 아닌데, 형평 때문에 (입장을)봐 달라고 하는데,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게 되면)우리도 방법이 없는데, 회사가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법원에 판단을 맡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5일 개최된 한수원 동반성장간담회에서 조재찬 원자력중소기업협의회 회장(에너토크 대표)은 “비리가 있는 업체는 엄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것들은 좀 풀어”야 한다며 “운전 중인 원전은 오바홀 기간이 있고, 그 기간 동안에 수주 받아서 제작, 검사, 납품을 해야 된다. 대부분 제작 납품을 하는 기간 동안 검사를 받아야 되는데, 오바홀 기간이 짧다보니까 검사를 못 받고 일단 납품을 해요. 설치를 하고, 운전하면서 뒤늦게 서류가 들어가면 이제 그 서류가 가짜 서류가”된다고 해결책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신선동 한수원 처장은 “시스템에 관련된 문제, 특히 오바홀 기간이 짧은 점도 있지만, 납기가 충분하지 못해서 서류가 뒤늦게 오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많이 파악하고 있다”며 “전사적으로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 사전에 납기를 충분히 줘서, 특히 제작기간, 검사 등을 고려해서 납기를 산정해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내에서 23기의 발전소, 그리고 5기를 건설 중에 있고,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발전소가 건설돼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확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만큼의 경쟁은 없지만, 원자력의 특성상 규제기관의 강한 규제를 하나의 경쟁상대로 본다면, 우리 생태계가 국내시장이라는 현 상황만 보더라도 충분히 갈고 닦을 만한 장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한수원은 우리 생태계가 정말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라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그러면서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직접 보는 기회가 많지 않더라도 별도의 채널을 통해서 의견과 건의를 주시면 저희가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노력을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초 한수원이 한전KPS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제재의 실효성 여부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이 존재했다. 과연 한수원이 제재를 할 것인가? 그러나 제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한전KPS가 받을 타격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었다.

한전KPS 제재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재 파장을 묻는 질문에 국내 한 발전중소기업 대표는  “그거 뭐, 실효가 있겠냐”고 반응했다. 한수원이 국내에서 23기 원전을 가동하고, 한전KPS는 정비를 담당하고 있어, 두 공기업의 관계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다. 당시 한수원 역시 한전KPS에 대한 제재 여부와 관련해 심사숙고하는 분위기였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한전KPS 제재와 관련된 내용의 공개를 꺼려했다.

이 발전중소기업 대표는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본안소송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일단은 가처분소송 결과, 한전KPS를 부정당업체로 제재한 한수원은 원칙과 형평성을 지켰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한전KPS는 검찰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소송으로 권리를 지켰지만 ‘명예’를 지키진 못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게 된 셈이다.

한편, 본안소송 진행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전KPS 관계자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후 특별히 진행되는 절차는 없었다”며 “6월 중순경 본안소송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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