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노상방뇨
추석과 노상방뇨
  • 이상근 발전산업신문 사장
  • 승인 2014.09.0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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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상당히 망설인 끝에 쓴 것이다. 어른으로서 ‘노상방뇨’를 했던 내용이어서다. 아내와 연애시절, 나는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아내를 허구한 날 불러내어 밑도 끝도 없는 넋두리를 늘어놓곤 했었다. 그날도 아내를 포장마차에 앉혀놓고 나 혼자만의 술자리를 즐겼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평소와 달리 취기가 몰려오면서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혹시라도 아내가 몰래 자리라도 뜰까봐(간혹 그런 일이 있었기에) 조바심을 내며 꿋꿋이 참고 있었다. 한계에 다 다를 쯤 아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 한 채 포장마차 반대편 차양 막을 향해 급기야 일을 보고야 말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옆 트인 포장마차의 반대편은 아내의 측면이었고 오줌줄기 마저 포장마차 안으로 스며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 아내의 처지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민망 했으리라. 아직 결혼을 한 사이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못 볼 것(?) 까지 봐버린 아내의 충격은 매우 컸었나 보다. 사건 다음날 만난 아내는, 나를 거의 짐승 취급을 하면서, 어떻게 다 큰 어른이 노상방뇨를 할 수 있으며‘ 그것도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대로변에서 그 짓을 할 수 있냐고... 그 후 30년을 주눅 들어 살았다.

추석날 귀향길은 그 언제나 고속도로를 몸살 나게 한다. 잘 달리다가도 꼼짝없이 멈춰서는 경우를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지난해 귀성 길 역시 그랬다. 차가 멈춰서고 휴게소마저 멀리 있을 때 가장 애로사항은 다름 아닌 생리작용 해결이다. 아이들이나 남자들은 대충 눈치를 보며 ’노상방뇨‘로 해결 한다고 해도 ‘어른 여자’들은 무조건 참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소통이 될까하고 지루해 하던 차에 사색이 다 된 아내가 조용히 다가왔다.

“차문으로 가리고 망 좀 봐줘요. 일 좀 보게. 도저히 못 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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