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후쿠시마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우리는 후쿠시마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3.04.1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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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인희 제5대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중앙위원장
“오히려 불안전한 상황…외부와의 소통 강화, 진실 알리겠다”

▲ 이인희 제5대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중앙위원장

“우리는 후쿠시마를 통해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오히려 정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자력은 안전한 물건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더욱 안전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안전하지 않게 하는 주범이 의원님이 소속하고 있는 ‘지경위’(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라고 말했다.”

약간은 들뜬 분위기였지만, 그는 단호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5대 중앙위원장에 파트너인 서병만 수석부위원장과 당선돼 임기를 시작한 이인희 위원장은 작고 가는 몸매와 달리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최근 산업통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의원을 만나 후쿠시마의 교훈은 원자력의 안전을 담보하라는 것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비리를 이유로 타 발전소로 전출된 장기근속자의 원상복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수원 노동조합 중앙노조는 최근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끝난 선거에서 이인희・서병만 파트너가 당선돼 1일부터 본격적인 조합 활동에 돌입했다. 9일(화) 이인희 중앙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앞서 서병만 수석부위원장은 “인사 오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위해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인희 위원장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서병만 수석부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그는 통합 집행부를 약속했고, 그것을 위해 실력있는 누군가를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삼고초려를 끝낸 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위원장으로서의 활동을 기대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또 그의 방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야 기자는 이인희 위원장을 만났다.

Q)질문을 거꾸로 해 보겠다. 임기를 마치면 제대로 된 현장으로 복귀할 것인가?
-월성으로 복귀. 조합원과 약속. 얼마의 기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신과 철학이다. 노동 관료가 될 거 같아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 꼭 지킬 것이다.

Q)현재 한수원은 물론, 한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또한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5대 위원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세 가지다. 선거 과정에서도 이를 특히 강조했다. 안전, 청렴, 소통이 그것이다. 우선 안전 문제는, 후쿠시마 이후로 교훈이 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지만, 오히려 안전하지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 3년 동안 현장을 보면서 그렇게 진단했다.

인원 감축도 많이 됐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일으킨 동경전력이 원래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후쿠시마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비보장 노동자들이 많았다. 인간이 기계를 돌리는데, 이윤추구만 하면 안 된다. 오직했으면 동경전력 사장이 원가절감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았겠는가. 오바홀(발전소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부품을 갈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공기도 좀 여유롭게 잡아서 더 제대로 정비하고, 설비 보강도 해야 하는데…. 그 다음에 비보장 노동자의 현장감도 떨어트리고….

후쿠시마의 교훈은 뭔가? 이명박 정권부터 진행된 경쟁체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공기업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만능주의로 경쟁하게 하고, 그 다음에 공기업 평가를 통해 현장에서 정비하고 운전하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그런 부수적인 업무, 그것이 임금에 연동되니까 현장 노동자가 정비와 운전보다는 그런 경쟁에서 평가를 잘 받아서 임금과 연결되니….

그러니 현장에서 수 만 가지 부품을 자주 들여다보고, 현장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 만지작거리느라 정신없고…. 후쿠시마의 교훈을 보면 원전은 안전한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거꾸로 불안전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Q)말씀하신대로 청렴과 소통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화력과 달리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인데?
-제가 볼 때는 상층부보다 현장 강화가 필요하다. 15년 장기근속자가 비리 주범이라고 정책적으로 이동을 시켰다. 앞으로 그것을 막겠다. 그리고 원상복귀도 필요하다. 왜? 원전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이유는 그렇다. 고리원전에서 상당히 숙련된 노동자가 월성원전에 와서는 거의 초보자 수준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3분의 1의 인원을 감축 시켰고, 15년 장기근속자를 이동조치 한 그 인원만큼 인원 감축이 되어 버린 상황일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인력손실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같은 경수로라고 해도, 같은 노형이라 해도, 설계변경 등으로 부품의 위치가 다 다르다. 그것을 다 아는 사람하고, 새로 발령받아 그 위치를 다시 알아야 하는 사람하고 비교해 본다면, 그만큼 인력손실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Q)앞서 말했지만, 한수원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통합을 천명한 5대 집행부, 어떻게 이끌 것인가?
-노조가 행정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그것에 맞는 데이터가 누가 봐도 이것은 잘못된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갖춰야 한다. 우리와 관계되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국회, 지역 사회 등과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해야 한다. 지역이 상당히 중요하다. 외부기관과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A의원을 만났다. 그 의원에게 ‘우리는 후쿠시마를 통해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 것인지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자력은 안전한 물건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더욱 안전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안전하지 않게 하는 주범이 의원님이 소속하고 있는 지경위’라고 말했다. ‘지경위를 설득할 자료를 드릴 테니 지금의 불안전한 방향을, 제대로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트립’(발전소의 불시 정지)이 늘었다. 데이터가 말하고 있다. 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닌 것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현상이다.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쩔어 있다. 부품 만지고 할 시간들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트립이 많은 것이 정상이지, 오히려 비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비정상으로 가면, 우리가 배워야할 후쿠시마 쪽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그래서 노조는 그것에 대해 철저하게 견제할 수밖에 없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Q)선거전에서 접한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조합원들이 돈 몇 푼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임금 문제가 아니다. 현장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데,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그런 것들이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컸다. 현장에서 진실하게 노동하는 사람들, 말없이 묵묵하게 노동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많이 멍들어 있다.

Q)그렇다면 어떤 대안들이 필요한가?
-일단은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장기근속자의 강제 이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시행한 것도 원상복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역 사회를 움직이도록 하겠다. 원전 주변 지역이 원전안전에 가장 민감하다. 이렇게 가면 원자력이 안전하지 않은 방향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득하겠다. 특히 지역주민과 연합해 집회를 한다든지,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 지역 주민들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해 대응하겠다. 정부와 정치권, 회사 경영진이 그것을 무시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Q)최근에 김균섭 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사장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그리고 위원장님은 뭘 이야기 했는가?
-이야기 했다(앞서 언급한 문제들에 대해). 반론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최근 월성원전에 감발 조치가 있었다. 그 얘기를 사장님이 첫 인사로 꺼냈다. 김 사장님이 말하길 월성이 왜 그러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그 얘기가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제가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트립이 더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그리고 월성 감발 조치는 트립을 막은 아주 훌륭한 조치였다고. 그런데 그런 것을 모르고 무슨일만 있으면 질책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고 말씀 드렸다. 원인을 제대로 보고, 근본적 원인을 치유해야 하는데, 금방 사장님도 왜 월성이 이러냐고 하지 않았냐고….

그래서 사장님한데 눈과 귀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눈과 제대로 된 귀가 되겠다고…. 그래서 농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 마시러 자주 오겠다고…. 사장님의 눈을 어둡게 하는, 출세에 눈먼 그런 사람들이 있다. 아부하는 말만 하지 정확한 현장의 이야기를 안 하는…. 그래서 제가 제대로 된 눈과 귀가 되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Q)선거전을 통해 '통합'을 강조했고, 실제 집행부도 그렇게 꾸린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을 강조한 이유가 있나?
-과거 역사를 보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국공합작을 했다. 노선 차이를 극복하고, 외세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총 단결해 막아내야 한다고…. 노동운동의 위기이기도 하고, 한수원의 제대로 된 안전, 제대로 된 청렴에 위배되는 데 이런 위기에 선거로 상처받지 말고, 애초부터 통합을 해서 추대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 위기를 극복해 놓고, 나중에 뭘 하든…. 이번 3년은 그렇게 가자, 그게 맞고. 그래서 선거전이 끝나고도 각 계파의 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겉모양새의 통합이 아니라 가슴으로 통합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통합을 추진하겠다.

▲ 이인희 제5대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중앙위원장
Q)그렇다면, 통합 집행부는 앞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인가?
-저는 앞으로 사람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자본가들 엄청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지지요.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게 되어 있다. 정파에 물들지 않는 원칙적 학습, 연대의 경험, 그것을 통해 조합원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면 좋겠다. 그런 활동가를 길러내는 것이 저의 가장 첫 번 째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Q)마지막으로 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나?
-통합을 이야기 했던 이유가 있지만, 지금 복수노조를 통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통합을 이야기했던 것이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에게 그런 계파 정신으로 대하지 말고, 일반에 대한 활동으로, 믿음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백성이 왕을 배신한 적은 없다. 왕이 백성을 배신하면 했지. 노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조합원을 배신하면 했지, 조합원이 지도부를 배신한 적은 없다. 그게 믿음이고, 조합원을 믿고, 마음을 열고, 신뢰를 기초로 해야 한다. 신뢰는 낮은 자세로, 건방지지 않고 겸손하게…. 뭐든지 노동조합이 다 이룰 순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력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조합원들이 믿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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