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갈등이 빚은 우발적 사고라 굽쇼?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감사는 과연 공정하게 진행 중인가?
두 질문에 동서발전은 ‘그렇다’는 의견이다.
동서발전 관계자 K는 “두 분의 갈등이 주원인”이라며 “우발적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순간 ‘욱’했을 뿐인데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사람이 다치거나 (상대를 향해)뭘 뿌린다거나 때리고 한 게 없다”며 “다친 것이 아니어서 경찰로 사건을 넘기거나 한 것은 아니다”며 재차 우발적 사고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C팀장은 평소에도 불특정다수를 향해 지속적으로 폭언을 행사해 왔다는 증언 들을 종합해 볼 때, 과연 동서발전이 이번 사건의 경위와 원인을 제대로 파악은 했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M차장 역시 우발적 행동으로 보기에는 준비가 너무 철저(?)했다. 직접 시너를 준비해 가져갔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너를 몸에 뿌린 점을 감안해 볼 때 과연 우발적 행동으로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팀장이 ‘순간 욱해서 면박을 줬을 뿐인데 M차장이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는 식의 동서발전 관계자의 설명에는 이번 사고를 대처하는 동서발전의 안일함이 엿보인다.
■ 감사 중인 사안이 이미 개개인의 갈등으로 입소문
그렇다면 과연 공정하게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동서발전 관계자 K에 따르면 ‘공정하고 냉정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동서발전에 따르면 4월 26일 분신자살 소동을 벌인 울산화력본부 화학팀 M차장과 C팀장, 두 사람 모두 5월 2일자로 보직 해임, 대기발령을 받은 상태다.
동서발전 관계자 K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면서 “감사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조만간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번 주 중에 최종적으로 감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며 감사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거취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설명, 공정하게 감사가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감사가 진행 중임에도 개개인의, 또는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는 시각이 분분한 분위기에서 공정한 감사를 기대할 수 있을까?
더불어 울산화력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발전본부장에 대한 감사와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개개인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어서다.
■ ‘결과 지상주의’는 공직문화 정립을 위해 없어져야할 관행
현장 확인 결과, 울산화력본부는 사건 발생 3일전인 4월 23일 울산화력본부 대강당에서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특강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했다. 이날 주제는 ‘바람직한 공직문화 정립’이었다.
당시 외부 초청강사는 “부패가 발생한 주원인은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있다”며 공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권력중심주의’와 ‘연고주의’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결과 지상주의’는 바람직한 공직문화 정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으로 꼽혔다.
이번 분신자살 소동을 놓고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이 “경쟁과 차별을 중시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원인으로 해석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이 눈에 띤다.
그럼에도 동서발전 관계자 K는 이번 분신자살 사건이 “언어폭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직장 내 언어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기 위해 회사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뢰회복을 위한 사내 교육과 함께 전문가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처를 입은 직원들을 상대로 ‘힐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의 전말을 접한 동서발전 모관계자 말마따나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외부에서는 발전사 사람들을 죄다 도둑놈 아니면 나쁜 놈으로 인식되어 지게 됐다”며 “20년 넘게 가져온 자부심, 긍지 이런 것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처를 입은 이들에 대한 힐링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 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