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원전 수용성 ‘날개 없는 추락’…갑자기 왜(?)
영덕원전 수용성 ‘날개 없는 추락’…갑자기 왜(?)
  •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 승인 2015.11.1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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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결과 투표율 32.5%에 반대 91.7% 집계
부지지정 3년 만에 쏟아낸 지원 되레 역효과
경제중심 홍보…낭설로 여론 주도권 빼앗겨

▲ 주민투표 개표 장면

영덕(천지)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 됐다. 영덕군민 전체 유권자 중 32.53%가 표를 던졌고, 이중 91.7%가 영덕원전의 유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다만 영덕원전 주민투표과정에서 찬반양측으로 명확하게 갈라진 영덕주민 민심의 충돌은 한 동안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부와 찬성 측에서 아직 봉합중인 67.47% 영덕군민의 민심을 근거로 신뢰성과 공정성 등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원전수용성이 높았던 영덕주민의 민심이 왜 추락하게 됐는지, 이 배경에 대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영덕주민 반대여론 형성은 낭설을 비롯해 신규원전부지 지정·고시 이후 정부와 한수원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던 반대 측과 달리 찬성 측은 ‘불법’이란 단어로 영덕주민을 자극했고, 영덕지역에 집중된 각종 지원 등 뒤늦은 관심이 영덕주민을 돌아서게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흥적인 지원정책 등이 되레 역효과를 낸 셈이다.

또 경제성 중심의 홍보는 젊은 층을 겨냥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노년층에게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민투표 결과 유권자 중 32.53% 투표 참여

영덕원전 유치 반대단체를 주축으로 구성된 영덕핵발전소유치찬반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영덕읍 등 영덕군 내 20곳에 투표소를 설치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06시부터 20시까지 영덕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1만2008명의 주민동의를 받아 투표인명부를 작성했고, 투표기간 중 현장에서 추가로 6573명의 주민동의를 받으면서 최종적으로 1만8581명으로 투표인명부가 집계됐다고 12일 공식 발표했다.

그 동안 관심을 모았던 투표율은 주민투표관리위원회에서 지난 9월 경북 영덕군에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유권자 3만4432명 중 최종적으로 1만1209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반대 측 기준인 투표인명부 기준 60.3%, 찬성 측 기준인 유권자 기준 32.53%로 최종 집계됐다.

투표자 중 91.7%인 1만274명이 영덕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것에 표를 던졌고 찬성은 7.7%인 865명에 머물렀다.

당초 투표결과는 예측이 가능했다. 반대 측이 주민투표를 독려했고, 찬성 측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민투표를 하지 말 것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찬성 측은 주민투표관리위원회 투표율 공식 집계결과 발표에 앞서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이들은 20곳 투표소에 3명씩을 배치해 투표자수를 카운트 한 결과 9401명이며, 유권자 수 대비 27.3%에 그쳤다고 주장하면서 공정성 논란의 의혹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투표자 현황과 투표인명부 등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찬반양측은 블랙박스 촬영을 두고 곳곳에서 티격태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추후 투표율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이 영상자료가 20곳 투표소에서 일제히 촬영됐다는 가정하에 큰 변수가 될 소지가 있다. 다만 공신력을 부여하고 공개된다면 영덕원전을 둘러싼 찬반양측 갈등의 골이 더욱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애가 달아서 저러는 거 봐라, 꼬시다”

영덕군 내에서 영덕원전 유치 반대여론이 확산된 것은 정부와 한수원의 불신이 크게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찬반양측에 따르면 해안가 중심으로 투표율이 낮았고 내륙에서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업을 하는 영덕군민들은 5년마다 갱신되는 어업권 탓에 영덕군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과 농업을 하는 영덕군민들은 공식적으로 영덕원전 유치를 반대해 온 한국농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의 영향을 각각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대 측 한 주민은 “공무원들이 투표소 일각에서 지켜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반대 측에서 당초 예상한 것보다 투표율이 높은 것은 찬성 측에서 적잖은 도움을 줬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찬성 측이 투표소에 한수원 직원과 공무원, 경찰 등의 인력을 배치하고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독려함으로써 반신반의하던 영덕주민들이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긴 것인데 그 동안 등한시하다 급박하 상황이 전개되자 정부와 한수원이 영덕에 관심을 가진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영덕군 북부지역 한 주민은 “(한수원 직원이) 코빼기 안 보이다가 음료수 한 박스 갖고 와서 뭐하자는 거고?”라면서 싸늘하게 돌아섰다.

지난 2012년 신규원전부지 지정·고시 후 정부와 한수원은 상대적으로 갈등수위가 높았던 삼척지역에 역량을 집중했고, 상대적으로 갈등수위가 낮았던 영덕지역에 관심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삼척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데 반해 영덕지역에서의 원전 유치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무총리가 직접 방문해 지역의 현안을 챙기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주민투표가 임박해지자 최근 산업부가 10대 사업을 제안하는 등 반전을 도모했으나 여론은 싸늘하게 외면했다.

영덕의 외곽 한 다방(커피숍)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촌(시골)에 산다고 정부와 한수원이 무시한 거다”라면서 “반대라도 하니까 음료수 하나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또 “서울에 사는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반대하면 잘해 준다고 했다”고 반대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마을은 울진이 지척인데 거기나 여기나 똑 같다”면서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무조건 하겠지만 지랄(반대)하면 콩고물이라도 더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은 “(정부와 한수원이) 애가 달아서 저러는 거 봐라, 꼬시다(고소하다 방언)”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원전 굴뚝 없는 이유 방사성 감추기 위한 것

이번 주민투표로 명확하게 갈라진 찬반분열의 봉합과정은 생각보다 더딜 것으로 점쳐진다. 영덕주민들은 한울원전 운영에 따른 학습효과와 지난 2005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지역에 견줘 상당한 원전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낭설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영덕군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사실관계 유무를 떠나 원전에 연돌(일명 굴뚝)이 없는 이유로 방사성물질을 감추기 위한 것이고 한수원이 이 방사성물질을 포집한 뒤 공중으로 쏘아 올려 퍼지게 함으로써 원전주변지역은 피폭되는 반면 원전은 피폭되지 않는다는 낭설이 떠돌았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낭설은 프랑스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배경은 수도인 파리에 원전이 가동되기 때문이라는 것과 한수원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원전 인근 방사선물질이 기준치 1억 배 이상 배출된다는 것, 원전의 온배수로 해수온도가 1℃ 상승할 경우 육지온도가 3.6℃ 상승하는 것 등등이다.

본지가 지난 3일 취재 당시 같은 질문에서 “병에 걸려서…”라고 대답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보다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근본적인 원인은 찬성 측의 홍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덕원전 유치 찬성 측은 영덕원전을 유치할 경우 정부와 한수원의 지원과 함께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홍보를 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소개하고 안정성 등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는 젊은층에 대한 수용성은 유지된 반면 노년층에 대한 수용성은 크게 움직였다.

특히 정부와 한수원은 적법한 절차로 추진된 만큼 영덕원전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 이상의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에 반대의사를 드러낸 영덕주민 중 원전을 처음부터 반대하던 부류와 원전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불신에 따른 반신반의 부류가 혼재돼 있기 때문인데 낭설로 돌아선 민심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나 한수원이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결과보다 먼저 영덕주민 저변에 깔린 낭설에 따른 오해를 먼저 풀어주고 이후 정확하게 영덕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사제휴=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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