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안전 단디하이소”
“원전 안전 단디하이소”
  • 발전산업신문
  • 승인 2013.06.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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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야기]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퇴임길에

▲ 전기뉴스 윤우식 기자의 페이스북에서[사진을 클릭하면 윤우식 기자의 페이스북으로 연결됩니다]

“이제 본인의 수명연장은 끝났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여러분들의 노력하는 모습 지켜보겠다.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2등이 아닌 1등으로 나설 것이다.”
 
7일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이임식이 한국전력 한빛홀에서 진행됐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들의 교체설이 난무하는 시기에 살아남을 것으로 알려진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최근 불거진 원전 부품 시험성적 위조 파문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떠나는 김 사장을 보내기 싫어하는 한수원 임직원들의 마음 때문일까요? 당초 이날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던 이임식은 10분여가 지나고서 시작됐습니다.

이임식장에 들어서는 김 사장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보였고 임직원들은 큰 박수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이임식이 시작되고 국민의례에 이어 지난 1년간의 공로를 기리는 공로패 수여와 꽃다발 증정식이 진행됐습니다.
 
이어 김 사장은 임직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준비해온 이임사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1년 전 이 자리에 섰을 때 오늘 이 순간은 예정돼있었다. 만나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1년 전 설계수명이 다 된 사람을 수명연장 조치해서 한수원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이 자리에 보낸 것 같다.
 
취임 당시 강조했던 위기관리 매뉴얼과 시스템 보완, 인사 제도 개선과 내부 소통 활성화 등을 완결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모두 여러분의 협조 덕분이다.

앞에서 강조했던 부분들 어느 정도 정리 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고 누구에게 있든 원전 가동을 못해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책임 피할 길이 없다. 나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
 
떠나는 패장이 긴 이야기 할 수 있겠냐만은 한수원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한수원=비리집단’ 공식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여기까지가 맡겨진 운명적 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행을 타파하고 맡은 임무 묵묵히 수행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당장 따가운 질타에도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

몸은 비록 회사를 떠나지만 마음만은 여러분 곁에 있겠다. 일하는 과정에서 서운한 점 있었더라도 대의를 위한 일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좋은 기억만 가져가겠다.
 
나는 수명연장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시골촌부로 활동하면서 여러분의 노력하는 모습 지켜보겠다. 혹시 기회가 돼 도움을 줄 수 있다면 2등이 아닌 1등으로 나서 도울 것이다.

이 난국을 헤쳐 나가 국내에서 제일 좋은 공기업, 세계 1등의 발전회사, 세계에서 EPC 분야 최고의 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나를 도와서 여러 가지 개혁을 위해 힘써준 여러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 사장이 이임사를 읽는 도중 한켠에서 눈물을 훔치는 임직원들의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비서진이더군요. 매일 김 사장과 함께 했던 그들이기에 떠나보내는 마음이 조금은 남달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임사가 끝나고 김 사장이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오자 임직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김 사장은 기념촬영 후 임직원들과 악수를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습니다. 인사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따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김 사장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아이고. 기자님들까지 오셨네.”
 
기자와 악수를 나누는 김 사장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습니다. 국내 원전업계가 직면한 위기 해결을 위해 기자들도 힘써달라는 무언의 당부 같이 느껴졌습니다.

“한수원이 부침이 많은 시기에 오셔서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한빛홀을 나서는 김 사장의 뒤를 임직원들이 따랐습니다. 준비돼있던 차량이 보였습니다. 김 사장은 차량 앞에 서서 다시 한번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거 오늘부터 타면 안 되는 건데….”
 
김 사장은 담배와 고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 임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고기 사서 놀러 가겠습니다.”
 
김 사장은 임원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모두 고생하이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선 차에 탑승했습니다. 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김 사장은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며, “단디하이소”라는 인사를 남긴 채 떠났습니다.
 
자신의 말대로 김 사장은 패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패장은 숙제를 남겨주고 떠났습니다. 그의 “단디하이소” 한 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원전 안전 단디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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