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품과 예비선로 갖추지 않아 복구 작업 늦어져
구역전기사업…정부 관리감독과 제도적 허점 지적돼
대한민국에서 9시간 30분간 정전되는 흔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 내 이른바 ‘블랙아웃’이 발생한 것인데 복구마저 늦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마냥 늘어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구역전기사업에 대한 불신이 한층 부각되면서 당국의 관리감독과 제도적인 문제점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업계에 규제 강화 등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며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지난 9일 10시 28분경 부산정관에너지 내 송·수전용 변압기 1대가 폭발했다. 이 여파로 주파수가 흔들리면서 부산정관에너지 발전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그 결과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인 정관신도시 내 공동주택 2만2800여 가구에 대한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에 블랙아웃이 발생한 것.
부산정관에너지는 구역전기사업자로 한전과 동일하게 전기판매사업자 자격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구역전기사업은 전기사업법에 의거 특정한 공급구역 내 전력수요 70% 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공급구역 수요에 맞춰 전력을 생산한 뒤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공급권역 내 공급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전력설비는 구역전기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공급권역에 공급한 뒤 남거나 모자라는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구입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송·수전용 변압기. 이 변압기는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154kV을 22.9kV로 낮추거나 반대로 부산정관에너지에서 생산된 22.9kV를 154kV로 높이는 동시에 발전설비 최초로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부산정관에너지 공급권역 내 블랙아웃에서 해결방법은 한전으로부터 발전설비 최초 기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 것.
문제는 부산정관에너지 내 폭발한 변압기를 대체할 수 있는 변압기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발전설비 최초 기동에 필요한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 다른 대안은 한전이 이 변압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부산정관에너지 발전설비에 최초 기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인데 예비배전선로가 설치돼 있지 않은 탓에 복구시간이 크게 늦어졌다. 한전이 예비배전선로를 설치하는 시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한전은 부산정관에너지 발전설비에 22.9kV 예비배전선로 설치를 완료하고 나서야 부산정관에너지 발전설비는 한전으로부터 최초 기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아 지난 9일 17시 40분경 기동을 시작했다. 이어 12개 배전선로 중 18시 20분경 10개 배전선로가 복구됐고, 19시 20분경 모든 배전선로가 복구됐다.
이번 사태로 구역전기사업자가 예비부품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점과 한전으로부터 예비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배전선로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배전선로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강제조항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당국이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예비부품과 예비배전선로를 갖추도록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구역전기사업업계는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규제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경우 경영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10일 열린 대책회의에서 “정부의 현명하지 못한 에너지대책으로 8만 정관신도시 주민이 희생됐다”면서 “부산정관에너지의 늑장대응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끼친 만큼 이번 사고와 관련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관리감독과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한전은 부산정관에너지에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전력을 5분 안에 공급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정관에너지 측은 이 자리에서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보상규정이 있으나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최대한 보상할 것이란 공식입장을 밝혔다. <기사제휴 = 에너지타임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