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원전 전산망 ID·비밀번호 공유, 오래된 관행”

오영식 의원 “한수원, 보도 전에 이미 사실 알고 있었다”

2014-10-09     박재구 기자

최고등급의 보안시설인 원전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내부결제시스템(SAP)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해온 것으로 드러난 한수원이 사실은 언론보도 이전에 이미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영식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입수한 자료와  한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전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 공유는 특정원전에서만 벌어진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원전안전관리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며,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이 이미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최초에 원전 보안망 붕괴로 문제가 된 한빛원전 3발전소에서는 용역업체 직원 일부가 한수원의 용역직원 고용이 불법파견임을 주장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에서 한수원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간의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 공유가 중요한 쟁점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전 원전의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업체 직원 701명에 대한 직접고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수원 법무팀의 대응과 동시에 국내 유명 로펌에 소송을 의뢰하는 등 이 사안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소송이 제기된 2013년 11월 이후 한수원에서도 해당 원전의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 공유를 인지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2014년 9월 23일 이 사건에 대한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그 사실을 인지한 것처럼 진상조사 및 대응조치에 나선 것은 명백한 거짓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를 공유한 사실이 적발된 한빛원전 3발전소 방사선안전팀과 방사선관리 용역회사 직원들은 원전 내 출입통제구역 출입관리, 방사능 구역 내 작업 시 작업내용 준수여부 확인 및 작업자 과피폭 방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관리, 방사선감시계통 운영 등 원전과 원전 종사자의 안전과 건강에 밀접하게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공유한 ID는 방사선 통제구역(원자로 격납건물) 출입허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사선 작업허가서’를 승인하는 것은 물론 방사선에 오염된 물질이 포함된 액·기체 폐기물을 원전 주변의 환경으로 배출하는 작업을 통제·승인하는 등의 권한까지도 부여되어 있다. 또한 간부직원의 ID를 통해서는 원전의 설계도면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한이 잘못 사용될 경우 원전안전 및 주변 환경에 끔찍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이 한수원 직원들은 간부급인 팀장에서 직원들까지 팀의 모든 전산 접속 ID와 비밀번호를 용역업체 직원들과 공유하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대리결재까지도 자행해왔다. 이러한 행태의 원인은 2~3년 주기로 보직을 순환하는 한수원 직원들보다 동일한 원전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같은 일을 해온 용역업체 직원들의 전문성과 업무 숙련도가 높기 때문에 한수원 직원들이 업무를 보다 손쉽게 할 목적으로 보안규정을 관행적으로 어겨온 것이다.

오 의원은 “원전 전산망 ID 및 비밀번호의 공유사건은 원전안전과 원전 구성원의 보안의식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라며 “산업부와 한수원은 해당 사업소 본부장 및 임원 몇 명, 해당 팀 직원 몇 명을 징계하는 수준의 꼬리자르기 및 책임전가로 문제를 덮으려 하지 말고, 원전 안전과 직결된 업무조차 용역직원에게 다 맡겨야 하는 현재 원전 상황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전향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