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락號, 말로만 '안전한국'?

보령시민, 차도로 내몬 채 신사옥만 신경
여중고생들의 목숨 내건 아찔한 등하굣길
안전보행도우미 등 대안없이 꼼수로 대체

2014-10-22     충남 보령=한윤승 기자

세월호 참사에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은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는 등 안전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21일부터 23일까지 민관군 등 7개 기관·단체가 합동으로 참여하는 ‘2014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사장 최평락) 본사사옥 건설현장은 보령시민의 보행권을 침범한 채 안전은 뒷전이었다.

안전한국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중부발전 새사옥 건설현장을 발전산업신문이 21일 다녀왔다.

목숨 건 보행안전규정은 글쎄?=2014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중부발전 새사옥이 위치한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동 460-28번지.

사람이 다녀야 할 인도는 포크레인을 비롯한 건설장비가 점렴한 채 파헤쳐 핏빛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1m 안팎의 비좁은 인도는 파헤쳐있지만 보행자를 위한 제대로 된 경고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경고문도 가려져 있어 눈에 띄지 않았다.

건설장비가 인도를 점령했다면 차도는 건설현장 차량들로 차고 넘쳤다.

200여 미터를 길게 늘어선 공사차량과 공사현장 관계자 차량이 아무렇지 않게 1개 차선을 차지했다. 불법 주차 차량들로 편도 2차선의 차도는 순식간에 1차선으로 변했다.

이렇다 보니 보령시민들과 등하굣길에 오르는 인근 여중·고교 학생들은 인도를 뺏기고 공사차량을 피해 차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었다.

이러한 풍광은 중부발전이 새로 짓는 지상 12층 지하 2층의 사옥 준공이 임박해 지면서다.

질주하는 대형트럭 피해 아찔한 보행=50대와 60대 연령으로 보이는 여성이 중부발전 새사옥 정문부터 인도가 끊기자 거침없이 차도로 발걸음을 향했다.

왠만한 강심장도 대형 덤프트럭을 마주보면서도 차도를 걷는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차도로 내딛은 발걸음은 쉽게 나가지 못했다.

굉음을 내며 달려드는 듯한 차량에 놀라 대여섯 걸음 후 불법 주차된 트럭 사이로 급하게 몸을 피해야만 했다. 숨바꼭질하듯 트럭 뒤에 숨어 차량이 지나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대여섯번 곡예를 마치고서야 공사현장을 지나 다시금 인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평소 2~3분이면 충분했을 법한 거리(150여 미터)를 걸어 내려오는 데 10여분이 소용됐다.

등교를 서두르는 대천여자중학교와 대천상업고등학교 학생들도 대형 덤프트럭을 마주보면서도 차도로 나와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더 위험해 보였다. 시간에 쫒기는 듯 가방을 메고 달려야만 했으니 말이다.

대천여자중학교 김 모양(15)“(중부발전 새사옥 공사가 시작되면서)친구들과의 등하굣길이 불편해 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목숨을 건 등굣길이 보는 이에게도 아슬아슬해 걱정스러웠다.

차도로 내몰려 길을 걷는 학생들과 보령시민들 모습은 10여분 마다 목격됐지만 놀라운 것은, 보령시민과 학생들이 제법 익숙하게 차도로 내몰린 채 각자의 길을 향해 걷고 있다는 점이다.

늦장 대응취재 후 부랴부랴 펜스만 설치=중부발전 새사옥 건설현장은 이처럼 보행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기준은 없었다.

취재가 시작되자 중부발전은 어떠한 대안도 내지 못한 채 오후 3시경에야 천을 두른 펜스만을 부랴부랴 설치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늦은 시각 귀가하는 보행자들을 위한 안전보행권은 여전히 내놓지 못했다.

기자가 보행안전도우미의 필요성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묻자 중부발전 관계자는 시민들의 보행안전 기준 없이 두루뭉술한 규정만 설명할 뿐 본사 사옥 준공이 임박해서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관계자는 보령시에서 도시계획도로를 내라고 요청해서 정문 앞 가속, 감속 차선과 함께 마을 진입로 좌회전 차선을 확장하라는 허가 조건이 있어 차선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고 1115일까지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상태라며 공사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내지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빠르게 마무리 하겠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