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비리집단’ 등식의 ‘마녀사냥’ 중단돼야
‘한수원=비리집단’ 등식의 ‘마녀사냥’ 중단돼야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3.06.10 11: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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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품 시험검증 업체 위조 사건을 보면서

1978년 7월 20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날 제막한 기념탑에는 친필 휘호로 남긴 ‘민족중흥의 횃불’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어찌된 일인지, ‘민족중흥의 횃불’이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끈 근간이자 녹색성장의 밑거름으로 불리던 원자력발전,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마피아의 핵심으로 치부되면서 원전하면 “천인공노할 범죄” 집단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2011년 일본은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50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단 2기만이 가동되는 초유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수원 직원이 결부된 납품비리와 납품업체의 문서위조에 이어 이번에는 부품 시험검증 업체까지 문서를 조작하는 지경까지 이르면서 해당 원전의 가동을 정부가 나서 중단하는 또 다른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자연재해에서 시작된 일본과 달리 납품비리와 위조, 조작으로 이어진 ‘인재’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의 상황은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해당 부처 장관 등 정부로부터 ‘원전 마피아’라는 전례 없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원전 국산화 30년...비리로 얼룩진 '원전 마피아'”라는 낙인처럼 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마음 놓고 숨 쉴 곳이 없다.

왜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일까? 정부는 물론 매스컴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와 비판, 마녀사냥식 비판을 받는 배경에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한번 사고가 나면 어찌해볼 도리가 부족한 이웃 일본의 상황을 지척에서 목격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적이 좁은 우리의 경우 원전에서의 사고는 한순간에 일터와 생활터전을 잃는 생사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은 물론, 국민의 재산과 생활을 지켜야 할 정부로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부품 시험검증 업체의 문서 조작 사건에서 보듯이 원전 운영자인 한수원까지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보는 인식이다.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 대안과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수원=비리집단’이라는 마녀사냥식 비판이다. 지난 7일 이임식을 개최한 김균섭 전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 내부의 비리가 아닌 부품 시험검증 업체의 문서조작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면직 처리된 그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쟁중에 장수의 목을 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핵심 비판의 요지다. 한수원 한 간부는 “보내고 싶지 않은 훌륭한 사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전문지 국장단과 간담회에서 김균섭 전 한수원 사장은 “취임이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며 “몸이 많이 망가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원전비리 사건과 품질보증서 위조, 고리1호기 정지사건 은폐 등으로 얼룩진 한수원을 일신하기 위해 한수원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였지만, 결국 그도 ‘면직’이라는 불명예를 쓰고 말았다.

융단폭격 형태로 진행되는 마녀사냥식 비난은 감내하기 어렵다. 물론, 그것조차 견디지 못하면서 어떻게 원전 가동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에 근무하는 인원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한수원 임직원들 그들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집안의 가장이며, 친구이자 선후배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일뿐이다.

지난 6일 현충일 아침, 김균섭 전 사장은 페이스북에 “어제 국회에서 ‘원전마피아’ 집단에 대한 질타가 여야의원을 막론하고 이어졌다. 이번 제어용 케이블에 대한 검증서 위조사건의 진상과 그 원인, 그리고 영향등에 대한 질의보다는 한수원=비리집단이라는 등식에 따라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인식을 통감하면서 허탈감마저 들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그이는 “최후 진술기회(?)를 주어서 이 순간에도 외진 곳에서 안정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선량한 우리 직원들의 사기를 이야기했다”며 “새로운 한수원을 만들고자 나와 함께 지난 1년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5년전에 그것도 우리 직원의 잘못이 아닌 일로 언론과 국민들의 마녀사냥식 질책을 받고 있어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호소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보는 시선이 금방 고쳐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술회했다.

부산 해운대 기장군(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한 한수원 관계자의 SNS에 “이번 사건은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인증기관의 문제인데 한수원 사장이 경질된 건 충분히 억울한 일”이라며 “아직 우리 사회가 여전히 군중심리를 이용해서 누군가 제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있는거죠. 도와주고 싶지만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의 글에 대해 한수원 한 관계자는 “국가와 국민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긴급한 정비가 필요하면 새벽에도 일하는 한수원 가족들이 이제는 모든일에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사기가 바닥을 쳐 모든 정비와 운영에 수백번 경험과 교육을 통한 능력도 불안감으로 회피할려는 분위기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로 변하는 직장분위기 이러다 큰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수원의 다른 한 관계자는 “왜 한수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까? 이해가 안갑니다. 주위 원자력 마피아를 한수원 1개 회사가 해체할 수 있나요? 마피아집단이 원전사업 유착집단이라면 정부정책을 잘못을 힘없는 회사에….”라고 비판했다.

원전 관련 뉴스가 연일 매스컴의 주요 뉴스로 등장한 오늘, 마녀사냥식 비난보다는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힘들지 않냐?”라며 어깨를 두드리고 안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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