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의약품으로 각광받아 관련 연구가 한창인 나노의약품은 질병을 진단·치료키 위해 나노크기의 소재들을 활용해 제조한 의약품을 뜻한다.
나노의약품은 소재의 크기와 물성을 변화시켜 체내 특정 부위를 표적화해 약물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어 암 진단·치료에 효과적인 첨단기술이다. 하지만 체내 면역작용으로 나노물질이 종양에 온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간 등에 축적되는 의학적 한계가 있다.
나노물질이 면역시스템을 극복하고 종양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혈구에서 추출한 단백질막을 나노물질에 코팅하는 방법을 쓴다. 적혈구에 존재하는 면역조절 단백질은 대식세포(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와 만났을 때 면역시스템을 피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의료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를 이용한 영상화 기술로 나노물질의 면역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지르코늄-89를 이용해 생체물질을 이용한 나노물질의 체내 분포를 영상화해 면역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쥐에서 적혈구를 분리한 뒤 단백질막을 추출했다. 그리고 나노물질과 지르코늄-89를 결합하고, 추출한 단백질막을 나노물질의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면역나노물질을 만들었다. 적혈구를 추출한 쥐에 이 물질을 주사하고 핵의학 영상장비로 관찰하면 물질의 체내 이동과 분포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나노물질의 면역력이 확인 가능하다.
단백질막을 코팅한 나노물질은 간을 통과해 종양에 축적되기 시작해 하루 경과 후에는 체내 순환이 이뤄졌으나 단백질막을 코팅하지 않은 나노물질은 간이나 비장에 축적된 후 빠져나가지 않아 단백질막을 코팅한 나노물질의 효과성이 확인됐다.
아울러 현재 진단용 동위원소로 많이 쓰이고 있는 불소-18와 갈륨-68은 반감기가 각각 약 110분, 68분으로 짧아 영상 자체를 얻을 수가 없지만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영상을 통한 검증에 뛰어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정훈 박사는 “기존에는 실험체를 해부하거나 투과력이 약한 형광물질을 사용하는 등 나노물질의 면역력을 검증키 어려웠지만 지르코늄-89를 통해 나노물질의 면역력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연구원은 지르코늄-89를 비롯한 의료용 동위원소를 연구기관 및 의료기관에 공급해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토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에 5월 15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