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의 군대
‘윤 일병’의 군대
  • 이상근 발전산업신문 사장
  • 승인 2014.08.1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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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망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고참 들의 폭력과 성희롱으로 죽어간 ‘윤일병의 군대’가 정말 우리나라 군대인가. 병영문화가 옛날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왜 이러나 싶다. 그러나 50대를 포함 이른바 옛날 군대를 갖다온 사람은 모두 다 안다. 30년, 40년 전부터 ‘윤일병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해온 참모총장은 정말 몰랐을까? 군대 갔다 와서 기사 쓰는 기자도 몰랐을까? 냉정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들 시치미 떼고 있다고 봐야 한다. 조금도 변한 게 없다. 비관적으로 말하면 앞으로도 쉽사리 고쳐지기 어려울지 모른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비무장지대 GP에서 근무하는 동안 거의 매일 밤 이유 없이 벙크로 불려가 맞았다. 고참에게 월급 뺏긴 적도 많다. 이등병 시절엔 아예 말년병장의 애첩(?)이 되어 바지 속을 내 맡겼다. 휴가 때면 고참들의 사주로 신참이 성매매를 주도할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이 근무한 해병대는 더 심했다. 소변 핥기는 애교다. 똥통에 굴리고, 고춧가루 물고문하고, 야전삽으로 가슴을 얻어맞아 피 토하며 실신도 해봤단다. 윤일병과 다른 점은 죽지 않고 살아서 제대 했다는 것뿐이다.

나쁘게 말하면 우리 군대는 그런 곳이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낙오한 전우의 군장을 대신지고 산길을 오르고, 소대와 중대 명에를 위해 죽기 살기 식 군대 축구를 했으며, 부모님이 편찮은 후임병에게 휴가를 양보하기도 했다. 대다수 그렇게 군대생활을 했다. ‘윤일병 사건’이 무척이나 새삼스럽고 놀라운 척 하는 게 나는 더 이상하다. 정도의 차이 일뿐, 변한 게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윤일병 사건’이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병영문화가 ‘일본군대 잔재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질타와 애도에 앞서 우리 모두가 더욱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직시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개선도 이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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