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 이끈 고리1호기, 원전산업 새길 연다
‘에너지 강국’ 이끈 고리1호기, 원전산업 새길 연다
  • 발전산업신문
  • 승인 2015.09.2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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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4월 상업운전…1970년대 전력난 해소·산업발전에 크게 기여
2015년 6월 영구정지 결정…‘뒤안길’ 아니라 원전 해체산업 ‘디딤돌’

▲ 올 6월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진 고리원전 1호기의 모습.

1970년대 전력난 해소는 물론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원동력’을 자임했던 고리원전 1호기가 올 6월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노후원전이지만 설비개선과 원전운영기술의 발달로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경제성과 무엇보다 ‘주민수용성’을 고려해 영구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70년대 대한민국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고리1호기가 생산한 전기는 당시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탱하는 초석으로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특히 고리1호기는 국내 원전의 맏형으로 원전기술이 일천했던 당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술자립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 2009년 사상 최초로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해 원전강국으로 도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원전수출을 통해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 1970년 9월 촬영된 고리1호기가 들어설 부지의 모습이다.

■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
1971년 첫 삽을 뜰 당시 고리1호기 사업비 1,560억 원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업비 429억 원의 3배가 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었다.

원자력발전소 도입을 위해 미국과 계약협상을 벌일 1969년 당시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이 184만kWh였으니 고리1호기의 58만7000kW는 국가전체 발전설비용량의 약 31%를 차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당시로서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중요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 고리1호기 건설 당시 한 근로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1974년)

 ■ 국가 위기의 순간 ‘빛’ 발하다
고리1호기는 1970년대∼1980년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으로 국가경제발전을 이끈 ‘주역’이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시점 부산시 전체 연간 전력소비량(31억kWh)을 감당하고도 남는 47억kWh를 생산한 획기적인 에너지 생산설비였다.

고리1호기는 상업운전 시점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9%를 담당했고 발전단가가 화력발전의 kWh당 16원보다 42% 저렴한 9.21원으로 당시 연간 210억 원의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특히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맞아 고리1호기의 존재는 빛을 발하면서 국내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 기근’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강조한다.

▲ 고리1호기에 설치될 증기발생기를 옮기고 있다.(1974년)

■ 원전기술 불모지에서 해외수출 달성
고리1호기는 원전기술이 일천했던 당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설계·조달·감리·시운전 등 모든 책임을 지고 턴키방식(설비가 완성된 후 소유주에게 열쇠를 인도한다는 뜻)으로 건설됐다. 60년대 초 국내 인력들이 선진국에서 원전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실상 고리1호기 도입을 계기로 기술인력 양성의 틀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2009년 사상 최초로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 UAE원전은 2017년 브라카원전1호기 완공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4기의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수출을 통해 얻은 직접적인 경제효과만 21조 원에 이른다.

▲ 고리1호기 준공식 및 5,6호기 기공식 모습

■ 건설과 운영 그리고 해체…원전사업 패러다임 대변화
지난 6월 원전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원전운영기술의 향상과 꾸준한 설비개선으로 고리1호기는 2008년 이후 7년간 단 5차례(이 중 2번은 낙뢰 등 외부요인)의 고장·정지가 발생했을 정도로 세계 어느 원전과 비교해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제성 논란과 주민수용성을 고려해 영구정지가 결정됐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 이유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리1호기 해체를 결정한 이유는 '경제성'이다.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는 안전성이 기본이지만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고리 1호기는 새로 운전하는 투자비용과 지역주민들과의 발생할 여러 문제점을 고려해 나갈 비용을 계산해보니 경제성이 불확실성해 폐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로써 고리1호기는 2017년 6월 국내원전 역사상 첫 가동을 멈추고 해체에 들어가는 원자력발전소로 역사에 남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국내 원전산업이 건설과 운영 중심에서 해체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 고리1호기 주제어실의 모습(1978년 4월)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고리1호기는 해체과정이 중요한 문제”라며 “원자력발전소는 다른 시설과 달리 발전소가 정지되거나 멈춘다고 그냥 없어지는 게 그 안에 들어있는 소위 말하는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능 물질이 있기 때문에 잘 정리해야”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그러면서 “우리기관은 지금까지 원전을 새로 짓거나 운영한 경험만 갖고 있지 해체 경험은 거의 없”지만 “계획서를 수립할 것이고 정부 허가를 받아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전 건설과 운영기술 자립으로 한국형원전의 해외수출을 달성한 고리원전 1호기는 이제 원전 폐로기술을 확보해 해외에 수출하는 기회로 삼을 ‘디딤돌’ 역할을 다시 자임하게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에서 폐로산업을 이끌 최초의 원전으로, 역사의 뒤안길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 고리원전 전경(사진 맨 오른쪽이 1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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