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최대출력에 올인…주말엔 틈틈이 정비로 버텨
한국동서발전(주) 당진화력 3호기가 12일 돌연 가동을 멈춘 것과 관련해 A사 발전처 발전운영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대규모 광역정전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건 사실이지만 “현장의 노고를 알아 달라”며 이처럼 말했다.
■ 폭염 속, 생고생 아닌 ‘개’고생
임다두 한국남동발전 발전운영팀 부장 역시 “언론은 매번 우리가 잘못했다고 써대지만 현장을 보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발전현장 운전원들은 여름동안 쉬는 날이 없을 정도”라며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임을 강조했다.
임 부장 설명에 따르면 “발전 현장은 주중에는 최대출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뿐더러 소내 전력을 죄다 끌어 모아 송전하고 있다”는 게다.
더욱이 “토요일과 일요일조차 쉬지 못하고 중간 중간 정비를 실시한다”며 “고생도 그런 개고생이 없다”는 말로 여름철 전력수급을 위한 고충을 설명했다.
21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한빛 6호기 마저 가동을 멈춰 섰다. 대다수 국민들은 2011년 9·15 광역정전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입추(8월 7일)가 한참 지났음에도 지난 12일부터 뒤늦은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화력발전 5사 공히 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이유로 현장공개를 꺼렸지만 한국남동발전(주)(사장 장도수)의 협조로 14일과 22일 영동화력발전처와 영흥화력발전본부를 찾았다.
■ 운전원 모두, 최대출력 등 비상수단 총동원
“지난주, 이번 주까지(8월 5일~16일) 대형 발전기 1기만이라도 정지할 경우 9.15 정전대란과 같은 전기공급차단(순환정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죠. 잠을 못잘 정돕니다. 비상근무에 불안과 긴장도 고조되고…. 하지만 영동화력 노사가 합심해 최대출력운전 등 비상조치 수단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후,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이 절정을 이르던 지난 14일 노선만 남동발전 영동화력발전처장의 한 마디에는 진한 김장감이 녹아 있었다.
더욱이 지난 12일 당진화력 3호기가 가동을 멈춘 탓에 블랙아웃에 대한 염려는 더했다.
전국 발전소에서는 대형 발전기 1기만이라도 정지할 경우, 9.15 정전대란과 같은 전기공급차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전현장은 위기감이 최고조를 향해 있었던 탓이다.
■ 땀에 젖은 속옷 2~3번 갈아입으며 현장 사수
노선만 처장은 하루의 시작을 발전소 현장 순시로 시작한다. 그가 현장 점검 뒤 사무실로 들어선 시각이 14일 오전 08시경. 안전모를 벗고 1.5리터 물병을 입에 문채 의자에 앉자마자 발전운영실장을 비롯해 경영지원팀장, 자재팀장, 기계기술팀장, 전기기술팀장, 계측제어팀장, 발전운영팀장이 경쟁하듯 일일 업무보고가 이어졌다. 더불어 전날 특이사항도 보고가 속속들이 올라왔다.
노선만 처장은 오늘도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는 당부의 말과 함께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만전을 기해 줄 것과 최대출력운전 등 비상수단을 총동원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전현장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긴장감과 보일러실 내 뿜어내대는 열기와 싸우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하루에 속옷을 두 번 세 번 갈아 있을 정도로 고생합니다. 속옷을 비틀어 쥐어짜면 땀이 줄줄 흐를 정돕니다.”
곁에 있던 최영환 발전운영실장은 영동화력발전처 노사가 발전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전력투구하고 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 영흥화력, 수도권 전력경보 ‘관심’에 긴장감 고조
22일 출근시간. 기상청은 폭염을 누그러트릴 많은 양의 비를 예상했지만 빗나가고 있었다. 10시부터 전력 사용량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다.
11시가 지나서는 예비전력 450만kW선이 무너지면서 1단계 ‘준비’ 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안정을 보이다가 500만kW 안팎으로 정상을 유지하나 싶더니 13시부터 이마저도 무너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13시 37분. 순간 예비전력 350만kW가 무너졌다. 전력수급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력 300만~400만kW)’이 발령됐다.
같은 시각. 영흥화력발전본부 중앙통제실. 20여명 안팎의 통제요원이 수십여개의 스크린과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올여름 ‘관심’ 경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 6월 5일과 이달 9일, 21일에 이어 벌써 네 번째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정광성 영흥화력본부 운영실장은 전직원 모두 현장에서 대기토록 하는 비상발령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만큼 운영실에서 감지되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전력수급 위기감은 강했다.
다행히 이날, 중앙통제실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석탄 하역장에서는 24시간 대용량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석탄 수급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영흥화력 1~4호기 모두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 시스템 관리로 발전 트립을 선제적 방어
“영흥화력본부는 설비관리를 잘 해오고 있어서 수도권의 안정적 전력수급에 자신 있다. 이번 여름도 문제없다.”
우광윤 영흥화력본부 발전기술처장의 이러한 자신감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여름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서둘러 마쳤기 때문이다.
먼저 “여름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모의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사업소 내 위험요소를 세세하게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 설비를 보강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 여름을 안정적으로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수급 비상대응체계를 비롯한 ▲화재발생 초기대응체계 ▲블랙아웃 초기대응체계 ▲태풍과 호우경보 발령 대응체계 ▲해파리를 비롯한 어패류 유입 대응체계 ▲낙뢰예보 및 발생에 따른 대응체계 모두 인력에 의한 것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관리체계로 각종 발전 트립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류성대 남동발전 발전처장은 “발전현장은 60도를 넘나드는 열기 속에서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묵묵히 발전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토요일과 일요일 중간 중간에도 설비점검과 정비를 벌이는 등 ‘고투(苦鬪)’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류성대 처장 말마따나 발전현장은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