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委, 출범 당일부터 '삐그덕'
사용후핵연료 공론화委, 출범 당일부터 '삐그덕'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3.10.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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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등 일부 추천위원 회의장서 퇴장
“경주방폐장 부지선정과정 책임있는 위원이 위원장 선임”

▲ 사진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저장시설에서 저장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의 국민적 논의 과정을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인문사회·기술공학 분야 전문가 7명, 원전지역 주민대표 5명, 시민사회단체 대표 3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공공토론, 공론조사 등 다양한 공론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그 결과를 2014년 말까지 정부에 권고하게 되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산업부는 “공론화는 과거의 갈등을 반복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관리방안을 찾기 위한 국민적 논의 과정이며, 특정 시설의 부지선정 절차는 아니다”며  “공론화의 모든 과정은 공론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정하며,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00톤 이상으로 이는 각 원전 내에서 임시로 저장되고 있다. 임시 저장시설은 오는 2016년 포화가 예상되며 시설확충 등을 통해 최초 포화시기를 2024년까지는 연장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출범 당일부터 ‘삐그덕’ 거리고 있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이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불참을 결정하며’라는 글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합리적 처리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론을 모으기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공론화 위원회 불참을 결정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시민사회단체 추천위원 왜 불참하나?
이들 위원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핵연료 및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가기 위한 다양하며 평등하고 합리적 이해관계자의 참여에 기반하여, 핵폐기물에 대한 객관적 정보의 사회적 공유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시민참여, 지역간 세대간의 공평한 책임의식에 기초한 관리방안을 모색할 것을 기대”했지만 “그러나 공론화 위원회 출범 하루 전에야 확인된 위원회 구성 명단을 통해 공론화 위원회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배신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공론화 위원회 위원은 이러저러하게 산업부와 원자력산업계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사회갈등의 심각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공론화위원회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했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환경단체의 부족함을 사회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위원들이 채워주리라 믿었다. 그런데 현재 구성된 공론화 위원회 위원들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위원은 또 “더구나 오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위원장을 호선하는 안건을 두고 벌어진 상황은 현재 구성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향후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했다. 짜여진 틀 외의 추가 의견이나 안건은 무시되고 기존에 계획된 것처럼 위원장을 정하는 과정이 권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경주방폐장 부지선정과정에서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위원이 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며 불참 이유를 언급했다.

양이원영 처장은 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보내 온 위원 명단을 본 뒤에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상태로는 사회적인 공론을 모아오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며 “출범식 현장에서 입장을 발표하자는 의견이 간밤에 급히 제안되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이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 9월 공론화위원 불참의사를 밝힌바 있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위원회 출범식 분위기를 페이스북으로 전했다. 그는 “오늘 첫 회의에서 시민사회 추천 위원과 영광 추천 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위원회의 위상과 구성에 대한 많은 논점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충분히 협의되고 반영되지 못해 아쉽군요.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논의 개입이 필요할듯 합니다”라고 남겼다.

■에너지정의행동 “사용후핵연료 문제 포괄적으로 다루기 힘들다” 한계
이날 에너지정의행동은 ‘많은 한계를 갖고 반쪽 출범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오늘 출범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논의에 참여하여 올바른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이 성명을 통해 밝힌 한계는 우선, 공론화위원회의 위상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범부처적 성격을 갖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는 단지 산업부 만의 사안이 아니고, 이미 미래부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외교부에선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2007년 이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많은 논의를 통해 공론화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격상시키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2012년 당시 지경부 주도로 이뤄진 원자력정책포럼에선 이 내용을 권고사항에 포함시켰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그러나 이번 공론화위원회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반영되지 못하였다”며 “특히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현행법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 제출하여 최종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합의보다는 핵산업 진흥이 주된 목적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에너지정의행동은 위원 추천과정에서 원칙과 형평성이 무너졌다며 “애초 산업부는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추천위원회 추천 9명(인문사회/공학 등), 시민사회 2명, 경제단체 1명, 지자체 추천 2명 등 전체 15명으로 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논의과정에서 핵발전소 소재 지자체의 반발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추천이 5명으로 늘어나고, 추천위원회 추천은 7명으로 줄어드는 등 스스로 말한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인문사회, 공학 등 추천위원회 추천 인사들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그간 산업부의 핵폐기장 부지선정과정에 참여했거나 그간 산업부의 각종 위원회에 관여 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공론화위원들이 구성됐고, 더구나 전체 15명의 위원 중 1/3이 지자체 추천 인사들로 구성되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관리방식 등 정책적 논의보다는 보상 중심의 논의로 공론화위원회 논의가 쏠릴 우려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런 문제제기는 올해 한 해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던 것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지난 9월 공론화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이후 진행 경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다”며 “하지만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그 결과 이미 참여의사를 밝힌 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불참 선언을 하면서 오늘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사실상 반쪽짜리 공론화위원회가 되어버렸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되기 힘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렇게 활동하게 된 공론화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 놓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인사들마저 빠지면서 더욱 편향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론화 작업이 이렇게 많은 한계와 결국 반쪽짜리로 출범하게 된 것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특히 뒷늦은 출범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단기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결국 시간만을 보낸 채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한 점은 이번 공론화위원회 출범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그러면서 “오늘 많은 한계와 반쪽 출범을 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대해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문제제기를 해 나갈 것이다. 그동안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중심의 전력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해묵은 과제 중 하나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발생을 멈추고, 이미 만들어진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은 핵발전의 찬반을 떠나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이다”며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오늘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위원장에 선임했다. 홍 위원장은 2005년 3월 11일 출범한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날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진승(APEC 기후센터 소장) ▲홍두승(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송하중(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김창섭(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김은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박순애(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성경(명지대 자연교양학과 교수) ▲김연화(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윤기돈(녹색연합 사무처장)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백태환(경주시의회 의원) ▲최길영(울주군의회 의원) ▲김대군(기장군의회 의원) ▲송재원(울진군의회 의원) ▲하선종(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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