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권고안, 실현가능성 ‘글쎄?’
사용후핵연료 권고안, 실현가능성 ‘글쎄?’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5.06.17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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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부지선정 가능성’ · ‘단기저장시설, 처분전보관시설 개념’ 등 문제 제기

▲ 1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제2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국회 토론회’에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제2차 사용후핵연료 공청회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원자력 전문가, 반핵 단체, 언론, 학계 등 대부분의 패널들과 방청객들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가 마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의 객관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공론위의 권고안 중 이날 토론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내용은 ‘205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지하연구소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건설에 착수해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다. 권고안은 지하연구소, 처분전보관시설, 처분시설을 한 지역에 건설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2020년까지 부지선정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인 경주 방폐장 부지선정에만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무려 19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는데 하물며 고준위 방폐물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5년 만에 부지선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김승평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권고안을 보고 매우 놀랐다. 논의 방향이 중간저장시설 마련에서 직접처분시설로 변경된 공격적인 제안”이라며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까지 부지선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삼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공론위 출범 당시 논의 방향이 독립된 중간저장시설 건설이냐, 원전사이트 내 중간저장시설 건설이냐의 문제로 보았는데 권고안의 결론은 의외”라며 “5년 만에 처분시설 부지선정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처분시설 부지선정을 급하게 서두르기 보다는 원전 내 장기저장하고 처분에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강정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관한 논의가 직접처분에 앞서 중간저장 방법에 모아지는 질 필요가 있으며, 중간저장 방식에 있어 원전 내 건식저장 방식이 안전관리 측면에서 보다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은 최종처분장 부지를 확보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시간적 가지게 한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은 직접처분을 할 것인지, 재처리를 할 것인지 국가가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준다”며 “사용후핵연료 단중기 관리의 남은 문제는 중간저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직접처분하든 재처리하든 장기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또는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및 중준위 방폐물을 처분하기 위한 지하처분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 방안으로 지하 50m 정도의 심지층에 처분하는 방식과 지하 3~5km 장소에 처분하는 심층시추공처분 방식 등이 연구개발 중인데 심층시추공처분 방식은 부식, 이동, 지진 등에 강한 특성으로 기존 심지층처분에 비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따른 위험요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론위 권곤안에 대해 “37년 된 숙제를 더 꼬아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공론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권고안은 최종처분장 부지를 2020년까지 정하라는 것”이라며 “불과 5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사회적 갈등과 부지 지질특성 등을 모두 검토해 지하연구소 부지를 확정한다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단순히 당위적인 접근이 아니라 현실성을 고려할 때 이 권고는 전혀 실효성이 없어보인다”며 “특히 단기의 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2020년까지 최종처분장 선정도 쉽지 않을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원전 내 분산형 중간저장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권고안 중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2020년에 선정된 지하연구소 부지에 처분전보관설을 건설해 처분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 불가피한 경우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해 처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다’는 권고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승평 교수는 “처분전보관시설의 개념이 문제”라며 “보관이 아닌 저장 개념으로 봐야하는데 이것을 이해시킬 수 있나”고 지적했다. 한삼희 논설위원도 “굳이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원전 내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해 장기적으로 보관하고 최종처분시설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헌석 대표는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이란 개념을 신설한 것은 그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논의의 맥락을 볼 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며 “중간저장이란 개념을 분명히 해서 국제적인 기준을 맞추고 논란을 해소하자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형성됐는데 기존 임시저장 이외에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이라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원전 내 단기저장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권고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포화년도에 맞춰 전국적으로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이는 권고안이 대규모 지역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중간저장시설을 단기저장시설로 이름만 바꿔 강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고안이 제안한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 설립’과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2020년까지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별도의 조직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다 정작 부지선정 작업은 제대로 하지도 못할 것이며, 필요하면 기존 원자력환경공단의 기능을 확대 개편해 사용후핵연료 업무를 해도 되는데 굳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김승평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를 별도로 만드는 것은 시기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며 “기존 원자력환경공단을 활용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마련 절차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준위방폐물과 고준위방폐물 관리법을 분리해서 제정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미국과 같이 통합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국민이 공사의 지분을 공유한다고 하는데 주식회사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인지? 주식의 권리 행사, 공사의 판매 대상 등이 입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헌석 대표는 “권고안에서는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 사용후핵연료 기획회의, 사용후핵연료 정책기획단 구성을 제안하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조직이 아니라 원전 인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며 “원전 지역 의견으로 올라온 다수 의견이 불신과 정보공개 촉구, 신뢰회복 방안 강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자리 만들기만 몰두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에 이은 방청객 의견에서도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공론화 과정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공론위는 지역주민과 국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인데 이번 권고안은 정책지향적인 것 같다”며 “주민 의견을 담은 별도의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주에 참석한 방청객은 “원전 지역 주민들과의 공론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면 전문가 의견이 중요하고, 주민투표, 보상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경주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가져가는 것”이라며 “단기저장시설을 마련하고, 보관료 주겠다는 발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원자력환경공단 신뢰성이 권고안에 들어간 것은 말이 안 된다. 누가 공단 신뢰성을 40%로 평가했고 근거는 무엇이냐”며 따져 물으면서 “이익 추구가 당연한 민간사업자자 참여하는 기술·관리공사 설립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광 주민도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기술·관리공사 설립은 문제가 있다”며 “안전성과 수익성의 공존은 모순”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영광지역 의견수렴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권고안 보고 매우 놀랐다. 권고안은 정책과정의 공정성,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데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이번 권고안의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다”며 “이런 내용의 권고안이 나온 근거를 설명해야 이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고안에는 구체적 절차도 중요하지만 갈등 해결의 방법이 우선 담겨져야 했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울진에서 참석한 방청객은 “권고안이 제시한 지하연구소 건설에 대한 순수성에 의문”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홍두승 공론화위원장은 “권고안 마련에 외부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시민단체 관계자는 ‘토론회가 5시 30분까진데 5시에 끝냈으면 한다’는 홍두승 공론화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토론회를 빨리 끝내자는 것은 공론화 과정이 아닌 것 같다”며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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