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본부장 공모, 제대로 가고 있나?
한수원 원전본부장 공모, 제대로 가고 있나?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3.01.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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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길을 몰라 배가 산으로 가면 어찌하나?”

한수원 원전본부장 공모가 자칫 길을 잃고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사장 김균섭)은 인적 쇄신을 통한 원전의 안전성 강화와 관리 감독 강화 등 근본적인 한수원 체질 개선이라는 취지 아래 원전본부장과 구매, 품질, 해외사업 분야 처장급 간부 공모를 실시해 지난 21일 마감했다.

공모 결과에 따르면 총 48명이 지원했고 이중 2명을 모집하는 원전본부장 공모에는 내외부에서 총 29명이 대거 지원해 1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구매, 품질분야에 각 7명, 해외사업 분야에 5명 등 총 19명이 지원했다.

각 분야에 비교적 많은 지원자가 응모했고, 특히 총 29명이 지원해 14.5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 원전본부장 선임 결과에 한수원 내부는 물론 외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원전본부장의 경우 서류심사를 거쳐 3배수 6명의 최종후보자를 선정해 지난 28일 사장 면접을 끝마쳤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균섭 사장의 최종 결정만 남은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본지가 입수한 원전본부장 최종후보자의 명단을 살펴본 결과, 당초 공모 취지와는 부합되지 않는 인물로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최종후보자 6명 중 현직 한수원 처장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 모두가 외부인물인데다 공모 시 제시한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물이 많아서도, 외부인물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원전본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다섯 명의 외부인물을 보면 건설사, 주택관리회사, 정치인, 태양광업체 출신 등 원전 운영에 따른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은 없어 보인다.

김균섭 사장은 이번 공모와 관련해 “발전 및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아주 유능한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제고시켜 나갈 방침”이라며 “내외부의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게 되면 앞으로 한수원의 조직문화가 한 단계 더 일신되고, 품질 및 기술경쟁력도 대폭 높아져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원전본부장 공모는 ‘발전 및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아주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고, 이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최종후보자로 선정된 5명의 외부인물을 보면 과연 이들이 ‘발전 및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두루 갖춘 아주 유능한 인재’가 맞나? 하는 점에서 쉽게 수긍키가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글쎄?’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김 사장이 말한 조건에 적합한 아주 유능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지원자들은 얼마나 형편없는 인물이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적어도 기자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앞서 밝힌 것처럼 외부인물이 원전본부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고, 내부인물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자격이 된다는 것도 아니다. 외부든 내부든 공모 취지에 맞는 적격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전본부장 최종후보자 선정 결과를 볼 때 이번 공모는 당초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공모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에 수없이 보아온 대부분의 공모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선발되는 원전본부장은 내?외부 출신 여부를 떠나 한수원의 쇄신이라는 목표에 부합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인정하는, 아니 인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함이 최우선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인물이라면 외부인물이든, 내부인물이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원전 운영의 최우선 목표는 안전이며, 원전본부장의 가장 큰 역할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원전 운영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 원전 운영을 위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한수원과 김 사장이 이번 공모에 있어 밝힌 취지이며, 또한 부정할 수없는 조건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한수원은 지난 해 발생한 각종 비리 사건으로 인적 쇄신과 조직 문화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조직 내부는 비리 직원들의 조사와 구속에 따른 충격, 여론의 질타 등으로 심한 혼란과 사기 저하를 겪고 있다. 이러한 조직을 추슬러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낙하산 인사로 여겨지는 부적합한 인물이 원전본부장에 선임된다면 조직 내부의 반발은 더 커질 것이며, 그로인한 내부 혼란과 사기 저하는 안전한 원전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한수원의 쇄신과 변화라는 틈을 이용해 일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기회주의다. 한수원의 쇄신, 원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사명에는 관심 없고, 그저 한 자리 차지하려는 기회주의적 줄타기 인물들이 원전본부장에 선임된다면 한수원의 쇄신도, 원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도 요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전본부장 공모는 한수원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전본부장 공모를 두고 김균섭 사장의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외부의 압력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고민이 어느 줄에서 내려온 인물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인물이 적합한 지에 대한 것이기를 바라며,  한수원 수장으로서 진정 한수원의 변화와 대국민 원전 신뢰 회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제대로 된 선택을 해줄 것을 희망한다.

만약 이번 원전본부장 최종후보자 중에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재공모를 실시해 쇄신과 변화에 대한 한수원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변화는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것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가치와 신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전 운영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겸비한 원전본부장의 선임은 한수원의 변화를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한수원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안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원전 종사자로서의 자긍심과 타 발전원에 비해 보다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원전 운영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 또한 한수원의 현 상황을 불러온 큰 요인으로 보인다.

자긍심과 책임감의 상실은 어디에서 비롯됐으며,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많은 이유와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기장 기본적인 ‘초심’을 말하고 싶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 건설과 운영에 매진했던 당시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 십 년이 흘러 원전과 원전산업 종사자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각에 상처받고 자괴감에 빠졌을 수도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원전은 여전히 대한민국 전력의 40%를 책임지며 국가경제와 국민생활 안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 발전원이다. 그만큼 안전하고 안정적인 원전 운영에 대한 종사자들의 책임 또한 여전히 크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스스로 자긍심과 사명감, 그리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지금 이 순간, 한수원 직원들은 죽어서도 고리원전 앞 바다에 자신의 뼈가 뿌려지기를 마지막 소원으로 남길 만큼 원전 종사자로서 높은 자긍심과 깊은 사명감을 가졌던 옛 선배의 신념에서 초심이라는 두 글자를 되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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