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통해 건설여부 결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통해 건설여부 결정”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7.06.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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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개월 정도 ‘공론화위원회’ 운영…공론화 기간 동안 일시 건설중단
원전업계·지역주민, “비전문가에 의한 정책 결정, 지역경제 침체 등 우려”

▲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전경.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키로 한 정부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 건설을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과 정책에 대한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아울러 3개월의 짧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과연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의견을 수렴키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키로 의견을 모으고, 이 기간 동안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 실장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다 건설을 중단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아 지역주민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이슈”라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정부 결정만으로 중단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뒤 그 결정에 따르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공론화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경우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공론화작업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키 위한 차원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키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에 따르면 신고리5,6호기 건설여부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공론화위원회’는 독립기구로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부문 관계자가 아닌 중립적인 인사 10명 이내의 시민배심원단으로 구성되며, 조사가 종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3개월가량 운영된다. 다만 공론화위원회는 결정권을 가지지 않는다.

또한 독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부지선정 공론화위원회 방식을 참조해 공론화위원회에서 조사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며, 불특정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시민배심원단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 과정에서 TV토론회 진행 가능성도 언급됐다.

하지만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정부의 이번 공론화 결정에 대해 원전업계와 지역주민들은 건설 지속을 요구하며 ‘정부의 건설 중단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적 입장을 표하고 있으며, 반핵·시민단체들은 그들대로 정부가 건설 중단 공약을 매듭짓지 않고 한 발 물러난 것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원전업계는 신고리원전 5,6호기는 이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사업으로 건설 중단에 따른 상당한 매몰비용, 지역주민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건설여부를 전문가를 배제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키로 한 것은 합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허가를 취득해 건설을 진행 중이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매몰비용과 계약해지에 따른 보상비용 등 손실은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은 향후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차치하고서라도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 공약과도 배치된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이 날 경우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5만여 명의 공사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한편에선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있던 일자리도 뺏는 역설적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가운데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옮겨올 인력도 상당수여서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에는 총 5만3,000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돼 있거나 투입될 예정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을 비롯해 협력업체 등 76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의 60% 이상은 부산·울산·경남 소재 기업이어서 건설이 중단될 경우 이에 따른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건설인력 가운데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원전 건설현장으로 일감을 찾아 옮겨올 용접공, 배관공 등 조선업계 인력들도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설 중단이 결정될 경우 또다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의 발전산업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마련해 상생을 모색하고 있지만 자칫 이런 노력들이 헛수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린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 정문에서 울주군 지역주민들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건설 중단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원자력신문>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이 위치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더 심한 상황이다. 신고리원전 5,6호기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유치를 통해 결정된 사업이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선언과 이번 공론화를 통한 건설 중단 가능성에 지역주민들은 지역경제 침체 등을 우려하며 건설 중단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이미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집회를 통해 건설 지속을 촉구한 바 있으며, 정부의 공론화 발표 이후 이를 통해 건설 중단이 결정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구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배심원단이 건설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건설이 중단되면 국가를 상대로 건설공사 정지처분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나 처분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반핵·시민단체들도 정부의 이번 결정에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공약’이라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을 밝혔음에도 핵산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한 발 물러나 시민배심원을 통한 재검토 계획을 밝혔다”며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매듭짓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공론화 과정)은 시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공약에 대한 이행 여부가 시민들에게 다시 넘어온 것”이라며 “공약 이행은 현 정부의 몫이며, 시민들은 그 공약을 믿고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정부의 입장 선회에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론화위원회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런 방식은 추후 결론이 나온다 할지라도 그 결과에 대한 인정을 받기 힘들고 제대로 된 공론화라 하기 힘들다”며 “이런 면에서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자칫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범했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28일 “원전 정책과 관련한 고뇌에 따른 결정”이라며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자 하는 것이 이번 공론화 결정의 배경임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의 책임을 시민배심원단에 맡긴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불만을 가진 분이 더 많을 것임에도 이런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력수급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29까지 전력수요가 얼마인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를 다 계산하고 있다”며 전력난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정지할 것은 정지하고 지을 것은 더 짓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는지를 첫 번째로 고려한다”며 “올해 말 확정되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방향이 전력수급계획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이 정리해 설명할 예정”이라고만 답하고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여부와 관련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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