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1인 시위에 나서나?
그는 왜 1인 시위에 나서나?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7.09.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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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1,2호기 불량 그레이팅 문제 최초 제기
한수원은 시공사 현대건설에 전량 보수 지시
설계변경 놓고 기술도용·갑질 횡포 논란 일어

▲ 사진은 현대건설이 디자인등록을 통해 신한울원전1,2호기에 납품한 'SYD 그레이팅'의 모습이다. 크로스 바의 접합 부분을 100% 용접해야 하지만 '크로스 바'를 한칸 씩 건너 띄어 50%만을 용접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주)벧엘엔지니어링 김상돈 대표는 지난 2월 50% 용접된 제품이 신한울1,2호기에 납품.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수원은 결국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이를 전면 보수하라고 요구했고, 현대건설은 지난 8월부터 막대한 비용을 또 들여 문제가 된 50% 용접 그레이팅을 걷어낸 후 100% 용접된 제품으로 다시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절반만 용접이 된 ‘불량’ 그레이팅(철재 바닥판)이 건설중인 원전에 납품·설치되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김상돈 (주)벧엘엔지니어링 대표가 청와대와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그리고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수력원자력은(이하 한수원) 건설중인 신한울 원전 1,2호기에 설치된 그레이팅이 50%만 용접되어 납품된 사실을 2년 동안 모르고 있다가 김 대표의 문제 제기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뒤늦게 ‘NCR’(Non Conformance Report:불일치품목보고서)을 발행하고 지난 7월 처리계획을 수립해 보수하도록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막대한 추가 비용을 들여 50%만 용접되어 있는 ‘규격 미달’ 그레이팅을 철거하고 이를 100% 용접한 후 다시 설치(보수기간 2017.08~2018.08)하고 있다. 신한울 1,2호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그레이팅 제작사인 서일공영을 통해 납품받은 그레이팅은 약 2만여장(1,800여 톤)에 달한다.

김상돈 대표는 “한수원이 약 2만여장 되는 제품이 입고될 때나 설치 직전에라도 단 1장 만이라도 품질검사를 했다면 50%만 용접된 불량 제품임을 알았을 것”이라며 “결국 형식적인 품질검사만이 이루어져 불량제품이 납품돼 설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50%만 용접된 그레이팅이 신한울1,2호기와 UAE 바라카원전에 납품되어 설치된 내용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걸까?

김상돈 벧엘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2004년 트라이앵글 구조의 그레이팅을 개발(휠체어를 타고 가던 분이 기존 일반 그레이팅에 바퀴가 빠지는 걸 본 후 아이디어를 얻음)하고, 2005년 벧엘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 제품은 2006년 NEP 인증을 받았다. 이후 논슬립 기능을 추가해 2009년 NEP 인증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플랜트용 미끄럼방지 엠보싱 형상강화 매직그레이팅으로 또 한 차례 더 NEP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제품은 발전소 등에서 사용되는 이동작업대의 바퀴 빠짐 현상은 물론, 작업 과정에서 미끄럼을 방지해 미연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그레이팅을 대체해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조선해양, 산업용 플랜트, 공공시설, 공원 등에 납품 설치됐다.

벧엘엔지니어링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약 3년의 기간 동안 설계사인 한전기술(2회 기술설명회) 물론 한수원의 설계 개선 심사위원회(2회)를 거쳐 신한울 1,2호기 설계 개선 항목으로 채택(2008년 9월)돼 납품의 기회를 얻게 됐다.

한수원은 지난 2008년 9월 18일 ‘신울진 1,2호기 시공 마감재(그레이팅) 설계개선(안) 적용계획 알림’ 공문을 통해 이를 전사에 알렸다. 같은 날 한수원은 수신자가 한전기술인 공문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구조물 마감자재인 그레이팅 설계개선(안)을 적용함을 알”린다며 플랜트용 논슬립 매직 그레이팅에 대해 “트러스형 설계로 구조적인 안전도가 향상된 신기술 인증제품, 매직상 폭이 좁아 바퀴빠짐이나 처짐이 거의 없음, 교체주기가 일반그레이팅(15년)에 비해 2배 길다(30년)” 점을 들어 “신울진1,2호기 기술시방서에 반영(09.06.30)하고 12.01.30 이후 설치”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슬립 매직 그레이팅이 원전에 납품될 수 있게 채택된 결정적인 기술요건 이유에 대해 벧엘엔지니어링은 “정사각형구조 타입으로서 작은 바퀴 빠짐을 방지하고 미끄럼을 혁신적으로 방지하며 중량을 줄여도 높은 하중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매직그레이팅은 2005년 5월 생산을 시작해 NEP 인증 3회와 성능인증, 조달우수제품 인증 등 각종 인증서와 지경부장관상을 2회 받으며 5개 화력발전소와 한수원에 납품을 하고 있었고, 한수원과는 연간단가계약을 2년 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납품 실적과 품질을 인증 받았기에 신한울(원전)의 설계 개선 항목으로 채택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채택된 신울진1,2호기 설계 개선 항목은 실제 납품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디자인 변경’을 통해 ‘SYD그레이팅’을 개발, 이를 대체품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3년 5월 6일 한수원과 한전기술을 상대로 설계 변경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검토를 요청했고 같은해 8월 30일 특허청에 변경된 디자인을 출원한다. 이후 2014년 1월 2일 디자인이 정식으로 등록된다.

현대건설은 이후 성능시험을 거쳐 2014년 4월 16일 최종적으로 설계 변경 승인을 득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이 대체품을 바탕으로 입찰을 거쳐 제작사인 서일공영을 통해 신한울1,2호기에 납품(2014년 6월 10일 최초 반입, 설치된다.

김상돈 벧엘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 2월 우연한 기회에 50%만 용접된 그레이팅이 신한울과 UAE 원전에 납품돼 설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차례에 걸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지난 6월 호소문을 통해 최종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벧엘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5일자로 한전, 한수원,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건설을 수신자로 ‘현대건설의 부당한 소기업 기술 도용과 갑질 횡포에 대한 호소문’을 발송했다.

이 호소문에서 벧엘엔지니어링은 신한울 1,2와 UAE 바라카원전에 불량제품이 납품됐고, 대기업의 갑질 횡포로 소기업의 생존권이 박탈됐다며 억울한 현실을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벧엘엔지니어링의 ‘호소문’에 대해 한수원은 2017년 6월 21일자 내용증명을 통한 답변에서 “신한울1,2호기 그레이팅 구매 당시(2013년) 매직그레이팅의 NEP 인증만료(12.11.02) 및 귀사에 대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13.09.09~14.03.08, 6개월간)에 따라 특정회사 명칭을 삭제하고, 설계기준을 명확화하기 위해 시공기술규격서를 개정(14.01.09)하였”다며 “시공기술규격서의 개정은 원전건설과정의 통상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또 “당초 시공기술규격서에 Magic Grating (NEP-MOCIE-2006-086) 또는 동등이상으로 명기되어 있어 시공기술규격서 내용의 변경 유무와 상관없이 시공사는 대체품을 발굴 또는 개발하여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2017년 6월 19일자 벧엘엔지니어링의 ‘호소문’에 대한 회신에서 신한울 1,2호기 스펙 변경 사유에 대해 “(현대건설, 한수원, 한전기술이 조직적으로 기술을 강탈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레이팅의 설계요건 명확화를 위해 설계사 검토 후 SPEC의 변경이 이루어졌”고 또 “2013.08.30에 한수원으로부터 벧엘엔지니어링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 내려졌”고 “해당 시기는 신한울 1,2호기 그레이팅의 승인 및 발주가 이루어질 시점이었기 때문에 대체품 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벧엘엔지니어링이 여러 납품관련 문제점(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으로 인해 신한울1,2호기는 벧엘엔지니어링의 제품을 설치할 수 없었고, 대체품을 찾지 못하면 전체 공사가 수개월 이상 지연될 위기 상황이었다며 공기지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히고 있다.

디자인 도용주장 및 기술 강탈에 대해 현대건설은 “SYD그레이팅의 디자인은 정상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되었고 설계사의 검토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도록 승인(13.09.12)받은 디자인”이라며 “(벧엘엔지니어링의)매직그레이팅 디자인은 국내외 그레이팅 제조사들도 적용하고 있는 형상”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건설은 대체품인 ‘SYD그레이팅’을 개발하면서 매직그레이팅보다 내하중 기술요건을 강화했다며 설계사의 검토 의견에 따라 등분포하중에서 등가집중하중으로 변환해 시험을 한 결과 기존의 베어링바 간격도 49.5㎜에서 35.1㎜로 보강하고 두께도 9T에서 10T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현대건설의 입장에 대해 벧엘엔지니어링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벧엘엔지니어링은 “정식 등록도 안된 디자인을 사용해도 좋다는 승인을 했다”며 “디자인등록이 되자 8일만에 설계변경 승인, 설계승인 후 4일만에 기술검토와 성능시험, 성능시험 후 8일만에 신한울1,2호기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벧엘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한수원이나 코펙(한전기술)에 검토요청을 한 것이 2013년 5월 6일이고(당시 벧엘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한수원이 주장하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없던 시기임) 특허청 출원이 2013년 8월 6일이라는 것은 코펙(한전기술)이 특허청에 출원조차 안 된 제품의 검토를 시작하였고, 디자인등록도 안된 제품을 37일만인 2013년 9월 12일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승인했다”며 “2014년 1월 2일 디자인등록 후 7일 후인 2014년 1월 10일에 설계변경이 승인되고, 104일 만인 2014년 4월 16일 신한울1,2호기에 사용한다는 최종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김상돈 대표는 “매직그레이팅은 약 3년에 걸쳐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명기된 절차에 따라 기술설명회, 설계심의를 통해 설계변경이 이루어 졌다”며 “현대건설이 변경을 요청한 제품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몇몇 사람들에 의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설계변경 전 매직그레이팅에는 미끄럼테스트 인증 R13(현대건설은 R11/해당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강화된 기준 임)과 바퀴 빠짐 및 진동테스트 시험성적서가 있었고 정하중, 반복하중, 3접 굽힘시험, 편심하중, 배수면적율(공극률), 압축하중 비틀림시험, 격자하중시험 등 성능시험성적서가 있다”며 “현대건설의 주장대로 두 가지(미끄럼과 바퀴빠짐)추가된 것이 아니고 기존의 NEP 기술기준을 대폭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매직그레이팅의 기술요건은 NEP-MOCIE-2006-086을 인증 받을 때 10여 가지의 시험을 통과(바퀴빠짐, 미끄럼테스트 R13을 포함)하여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주장하는 바퀴 빠짐과 미끄러짐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고 그 두 가지 외의 것을 삭제해 제품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려 매직그레이팅과 동등이나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품질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벧엘엔지니어링이 부정당업체가 되어서 급히 설계변경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현대건설은 2013년 5월 이전부터 설계변경을 시도하고 2013년 5월 6일(부정당업체 제제 이전)에 한수원과 코펙(한전기술)에 설계변경 검토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또 매직그레이팅이 유사제품이 많은 흔히 적용되는 그레이팅이라는 현대건설의 답변에 대해 “(현대건설이 디자인 변경한 제품은)벧엘엔지니어링의 Z자 디자인과 유사하며 NEP인증으로 국내최초 신제품임을 입증했고 국내 유사품은 그 후에 디자인된 유사 디자인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현대건설이)설계사의 검토를 통해 2013년 9월 12일에 설계사의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설계사 누가 디자인 등록도 안된 제품을 승인했나?”며 “매직그레이팅은 이미 화력발전소나 한수원에 납품을 7년 이상 하고 있었고, 신고리3,4호기에도 현대건설에 납품한 바 있으며, 그것을 본 현대건설 직원이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대기업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도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상돈 대표는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 ‘호소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현대건설에 약100억 정도의 물량을 빼앗긴 후 회사가 너무 어려워 세금도 체납이 되고 공장부지와 건물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됐다”며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사라져야 할 부정과 적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11일(월) 청와대 앞에서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결국 공장 문을 닫을 위기에 봉착했다는 김 대표의 ‘호소’에 문재인 정부는 어떤 답을 내어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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