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수력 15인은 그날 발전소를 지켰다”
“괴산수력 15인은 그날 발전소를 지켰다”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7.07.2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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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대응 매뉴얼 따른 적절한 대처로 댐 범람 막고 하류지역 피해 최소화 노력

▲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괴산댐 수위가 저수위를 측정하는 목자판 이상으로 올라가 육안으로 확인키 어려워지자 괴산수력 원학수 과장(시니어 전문직)이 댐 정상부에 직접 가서 줄자로 수위를 측정하고 있다. 허 과장은 댐정상 수위에서 불과 5㎝를 남겨 둔 시점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실시간으로 수위를 측정해 보고했다.
지난 16일 06시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괴산지역 일대가 엄청난 피해를 입은 가운데 괴산수력발전소가 홍수조절에 실패해 댐 하류지역의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이 일었다. 두 차례의 청주 KBS의 보도로 촉발된 괴산수력의 홍수조절 실패 논란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과 다르다.

이번 괴산댐의 홍수조절 실패 논란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조명키 위해서는 괴산댐의 저수용량과 역할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비록 알려지지 않겠지만 16일 06시부터 20시까지 댐 월류(이하 범람)이 예상되는 위급한 비상상황에서 괴산수력 직원들이 보여준 대처능력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음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1957년 준공한 괴산댐은 높이 28m, 길이 171m, 수문(8m × 7m) 7개를 갖춘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괴산군 미원면, 부흥면, 송면 등 댐 상류지역 하천에서 흘러 온 물이 집결되는 곳이다. 괴산댐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유역면적은 671㎢ 우리나라 최대 댐인 소양강댐 유역면적(2,703㎢) 대비 약 1/4 수준으로 상당히 넓은 유역면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댐의 총저수용량은 1,530만 톤으로 소양강댐(29억 톤)의 약 1/193에 불과해 상류지역에 이번 홍수 때처럼 단시간에 많은 비가 오면 불과 1시간 이내에 상시만수위(135.65)까지 차오르게 되는 소규모 댐이다.

또한 괴산댐은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소양강댐, 청주댐 등 홍수조절, 용수공급 등을 주목적으로 한 대규모 다목적용 댐이 아니라 전력생산을 주목적으로 건설된 발전용 댐으로 홍수조절, 용수공급은 부차적인 역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산댐은 본연의 임무인 발전 외에도 설계능력 안에서 여름철 홍수조절과 용수공급을 통해 하류지역 주민들의 피해방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으며, 평상시 댐 저수량 유지를 통해 댐 상류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최근 관광지로 뜨고 있는 산막이옛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처럼 괴산댐이 범람 위기에 처할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지난 1980년 이후 거의 40년 만의 일이다. 지난 1980년 홍수 때는 댐 상류지역의 저수지 붕괴로 댐이 범람해 하류지역이 많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홍수 때는 상류지역 저수지 붕괴도 없는 상태에서 댐 범람을 초래할 정도의 엄청난 양의 물이 괴산댐으로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상시 대응 매뉴얼에 따른 괴산수력 직원들의 적절한 대처와 하늘의 도움(?)으로 댐 범람도 막고 이를 통해 하류지역의 피해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이 괴산댐은 발전용 소규모 댐으로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로 저수용량의 이상의 물이 장시간 유입될 경우 수문 조절과 상관없이 댐 범람이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괴산댐은 콘크리트 중력식 댐으로 범람에도 붕괴되지 않는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주기적인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기에 댐 붕괴를 운운한 보도는 기술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근거 없이 주민들의 공포감을 조장한 왜곡방송이거나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 가 의심되는 악의적 행위에 다름없다.

▲ 지난 16일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지자 괴산댐 7개 수문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전소 부지 내 일부 시설도 파손됐다(왼쪽). 또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청천면 지역 하천 다리 난간에 홍수에 떠내려가다 걸린 잔해들이 잔뜩 걸려있다.

■ 괴산수력 15인, 적절한 대처와 헌신으로 댐과 발전소를 지켜내다

괴산댐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난 5일부터 수문을 개방한 후 홍수조절을 위해 운영하는 제한수위(134.00m)를 기준으로 수위를 조절 중이었다. 홍수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6시경부터 시작된 집중호우에 따라 유입량이 증가하자 댐 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해 07시 수문 2개, 08시 수문 4개, 09시 수문 7개 등 순차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수위조절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소장을 비롯한 인근 사택 근무직원들은 비상 출근해 홍수에 대처했고, 10시 10분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에 비상을 발령해  발전소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10시 30분 댐 저수위가 상시만수위(135.65m)에 도달하자 10시 37분 계획홍수위(136.93m) 초과가능성을 괴산군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유선으로 보고하고 주민대피를 요청했으며, 10시 40분에는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보고했다. 이어 11시에는 저수위가 상시만수위를 초과한 135.77m에 도달하자 개방한 전체 7개 수문의 높이를 50m로 높였고, 12시 저수위가 136.37m에 이르자 수문 높이를 56m로 높여 방류량을 늘렸다. 그럼에도 13시 10분 저수위가 괴산댐 계획홍수위(136.93m)를 초과해 댐정상(137.65m)에 육박하자 EAP(댐 붕괴 비상대처계획) 주의단계를 발령하고 홍수통제소, 중앙안전대책본부에 통보하고, 13시 20분에는 국가안보실에도 보고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돼 13시 50분 저수위가 137.12m에 이르자 EAP 경계단계를 발령하고 한수원 한강수력본부는 A급 비상에 들어갔다. 극기야 14시 30분에는 저수위가 댐정상 수위에서 5㎝를 남겨 둔 137.60m에 도달해 댐 범람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했다. 다행히 비가 잦아들면서 14시 30분 이후 저수위가 137.60m를 넘지 않고 유지되다 서서히 감소하자 17시 10분 EAP 경계단계를 관심단계로 하향하고 18시 10분 저수위가 상시만수위보다 낮은 135.55m로 내려가자 EAP 단계단계를 해제했다. 이어 20시에는 괴산군청에서 괴산댐 하류 주민대피령을 해제했다.

길고 긴박했던 하루였다. 댐 범람 직전까지 가는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괴산수력 직원들은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고 적절한 대처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다. 직원들은 16일 07시부터 저수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고 7개 수문을 개방하면서 방류되는 물의 일부가 발전소 건물 쪽으로 넘어오자 방수포를 쌓아 건물 침수를 막아냈다. 또한 우천에도 8m 높이의 댐 정상을 10여 차례나 오가며 댐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불어난 물로 수위측정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육안으로 수위를 확인하는 목자판의 눈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위가 올라가자 댐 정상부로 올라가 댐 범람까지 5㎝를 남겨둔 순간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줄자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수위 변화를 측정해 보고함으로써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아울러 한수원 수력관제센터에서는 한강홍수통제소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수문조작을 시행했으며,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조해 만약에 대비 주민대피를 위한 재난문자 전송서비스 2회(11시 30분, 13시 50분)를 통해 주민들의 대피를 유도했다.

▲ 홍수로 침수됐던 도로의 통행을 위해 급히 치운 잔해들이 도로변에 쌓여 있고(왼쪽), 하천 주변에 한수원이 설치한 수위관측소도 일부 시설이 파손됐다.

■ 대처 능력 범위 뛰어넘은 천재지변, 괴산수력의 대처 노력 인정해야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근거 없는 왜곡, 악의적 보도로 댐 범람을 막기 위한 괴산수력 직원들의 처절한 사투와 헌신을 매도했다. 심지어 위급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댐을 버리고 피신했다는 사실 확인도 안 된 거짓보도로 괴산수력 직원들의 명예를 짓밟았으며, 결국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풀지 못해 죽음으로 억울함에 항변한 것으로 보이는 김호종 괴산수력발전소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유발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괴산댐 상·하류 지역의 피해는 괴산댐의 홍수조절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 괴산댐 유무와 상관없는 천재지변으로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 괴산댐의 저수용량과 주 역할을 고려할 때 이번과 같은 시간당 90㎜를 넘은 집중호우에 이 이상 최선의 대처를 할 수는 없고, 더 이상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이번 장마로 피해를 입은 괴산군 청천면 일대를 둘러봤다. 어마어마한 물폭탄을 맞은 청천면 지역의 하천 주변은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로 당시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천 주변 둔덕에 위치한 인삼밭 지붕에 쌓여 있는 잔해들은 침수로 인한 피해를 잘 보여주고 있었고, 하천 곳곳에 설치된 다리 난간에는 홍수에 떠내려가다 걸린 채 방치된 잔해들이 가득했다.

또한 하천 주변 몇몇 건물들은 반파되거나 기반이 붕괴돼 위험에 직면한 상태였으며, 떠내려 온 잔해들이 집 안까지 밀려와 가득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또한 도로 주변에도 차량 이동을 위해 급히 치운 진흙과 잔해들이 잔뜩 널려있고, 홍수로 인해 파손된 가드라인과 아스팔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이 하천 주변 설치한 수위관측소의 시설 일부분도 파손된 상태였고, 보호철망에는 역시 잔해들이 걸려있어 홍수 당시의 상황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는 대처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은 천재지변으로 이로 인한 피해를 괴산댐의 홍수조절 실패로 돌릴 수 없는 문제이며, 그 와중에서도 괴산수력이 확보한 능력 안에서 고군분투해 댐 범람을 막고 수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인정해야 하다. 아울러 집중호우 속에서 댐 범람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도 왜곡된 악의적인 보도에 억울해하다 스스로 세상을 버린 故 김호종 괴산수력소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의 상관을 허무하게 보낸 괴산수력 직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줘야만 한다.

한편 한수원에서는 이번 홍수 시 발생한 이재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하며, 지역사회에 빠른 복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또한 댐의 구조적 원인에 의한 홍수 시 급격한 수위 변동으로 수문조작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향후 댐 운영 방법이나 구조 개선을 검토해 국토부 등 정부 관련 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괴산댐 논란을 계기로 한수원에서 운영하는 모든 댐들의 홍수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문제점이 발생되면 즉시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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