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죽였나? 40년 수력맨의 안타까운 죽음”
“누가 그를 죽였나? 40년 수력맨의 안타까운 죽음”
  • 박재구 기자
  • 승인 2017.07.24 05:2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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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종 괴산수력발전소장, 직원들과 댐 월류 막고 비 피해 줄이려 고군분투
비상시 적절한 대처에도 불구 왜곡·악의적 보도에 억울함 견디지 못해 자살

▲ 주인을 잃은 쓸쓸한 사무실. 김호종 괴산수력발전소장의 안타깝고 허무한 죽음 뒤에 남겨진 자의 슬픔이 묻어있는 듯하다.
지난 20일 14시 30분 전혀 예상치 못한, 아니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비보를 접했다. 지난 16일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홍수 조절’ 논란을 겪고 있던 괴산수력발전소 김호종 소장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는 믿을 수 없고 안타까운 소식을.

도대체 이유가 뭘까? 급히 검색한 기사에는 괴산수력이 비상대응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홍수조절에 실패해 댐 하류지역의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 소장이 심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약속된 취재를 뒤로 하고 김 소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는 괴산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저녁 6시경 괴산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괴산수력 관계자로부터 김 소장의 사망에 관한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수원 수력처를 비롯해 한강수력본부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갑작스런 김 소장의 죽음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6일에는 괴산댐 상류지역에 시간당 9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 한 때 괴산댐 정상수위에 5㎝를 남겨둔 상태까지 유입량이 늘어나 댐 범람이 예상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김 소장을 비롯한 괴산수력 15명의 직원들은 비상 대응 절차 따라 침착하고 적절하게 대처해 댐 범람을 막고, 하류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청난 집중호우 속에서도 잘 대처했다는 한강홍수통제소 등 관계기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주KBS’는 사실과 다른 허위 보도로 ‘홍수조절 실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청주KBS는 17일과 19일 두 차례 방송을 통해 위급상황에서 괴산수력의 대응이 엉망이었고, 이로 인해 자칫 댐 월류를 초래할 수 있었다며 괴산수력의 댐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청주KBS의 보도는 사실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부정확하고, 왜곡된, 심지어 의도를 의심케 하는 악의적인 방송으로 보여진다.

청주KBS는 이번 보도에서 ‘위급한 순간, 대응은 엉망이었다. 근무자 비상소집은 3시간이 넘게 걸렸고, 만수위를 넘긴 순간에도 홍수통제소에는 괴산댐이 흘러넘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됐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괴산수력은 16일 10시 10분 절차에 따라 근무자 비상소집을 취했으며, 비상소집 이전에 김 소장을 포함한 인근 사택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이미 발전소에 나와 비상근무에 임하고 있었다. 또한 10시 37분 댐 수위가 상시만수위(135.65m)를 넘어 계획홍수위(136.93m)를 초과할 가능성이 예상되자 괴산군청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안전대책본부에 이를 보고했다.

또 청주KBS는 ‘댐 수위 자동측정장치는 그 사이 고장이 났다. 주민들에게는 위기 상황이 전달되지 않았다’라고 전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자동측정장치는 고장이 아니라 침수로 인해 작동이 멈춘 것이고 이에 육안으로 수위를 측정키 위해 직원이 직접 댐 정상부로 올라가 목자판을 통해 수위를 확인하고, 심지어 목자판에 표시된 눈금 이상으로 수위가 올라가자 위험을 무릅쓰고 줄자로 수위를 측정해 실시간 보고했다. 또한 새벽 06시경부터 댐의 수위가 증가하자 수문 개방 전 하류지역에 싸이렌과 안내방송을 시행했으며, 댐의 수위가 상시만수위를 초과하자 10시 37분에 괴산군 재난안전대책본부에 홍수 대비 주민대피를 요청했다.

심지어 청주KBS는 ‘괴산댐의 일부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피신한다’고 전했다. 이 또한 사실 여부도 확인치 않은 허위 보도다. 이는 수위 자동측정장치가 작동치 않자 육안으로 수위를 확인키 위해 댐 정상부로 이동하는 직원을 본 인근 주민의 오해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청주KBS는 이에 대해 괴산댐에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직원들이 위기상황에서 댐을 버리고 도망간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날 괴산수력 직원들은 댐 월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단 한명도 자신이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청주KBS는 ‘7분 정도만 더 내렸더라면 댐이 넘칠 수도 있었다. 댐 붕괴라는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댐 위기대응은 총체적 부실이었다’며 댐 월류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또는 괴산수력이 수문조절을 잘못해 댐 월류를 초래할 수도 있었고 자칫 댐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처럼 전했지만 이 또한 괴산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파악치 않은 무지에서 비롯된 부정확한 보도다.

괴산댐은 총 저수용량 1,530만 톤의 홍수조절용이 아닌 발전용 댐으로 유역면적이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 대비 유역면적은 1/4에 달할 만큼 넓지만 총저수용량은 약 1/193에 불과해 상류지역에 이번 홍수 때처럼 단시간에 많은 비가 오면 불과 1시간 이내에 상시만수위(135.65)까지 차오르게 되는 소규모 댐이다. 이런 이유로 16일 집중호우가 계속돼 댐 월류가 발생했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노력에 하늘의 도움이 더해 댐 월류를 막은 것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또한 괴산댐은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설령 월류가 발생한다곤 치더라도 댐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댐 붕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댐 붕괴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자의 무지의 소치이며, 더욱이 ‘댐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라며 댐 붕괴 가능성을 암시한 이효상 충북대 토목공학부 교수의 인터뷰는 전문가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며, 괴산댐의 구조적 특징을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서도 그런 의견을 밝혔다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 지난 16일 괴산수력 직원들이 집중호우에 발전소 건물이 침수되지 않도록 방수포를 쌓아 물의 유입을 막고 있다.

■ 언론엔 허위·악의적 보도로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 빼앗을 권리 없어

김 소장은 16일 댐 월류 가능성이 예상된 위기를 극복키 위해 직원들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이후 피해 수습을 위해 매진했으며, 이 와중에 언론 대응에 시달리며 사실과 다른 허위 보도가 나오자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고 식사도 거의 하지 못한 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괴산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실도 처음에는 댐 월류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믿지 못해 지난 18일 보좌관을 보내 현장에서 설명을 요구했고, 현장 설명 후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한강홍수통제소장, 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장, 한수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설명에서 괴산수력의 수문 조작이 적절했고 대응을 잘해 댐 월류를 막았음을 확인했다. 특히 한강홍수통제소는 ‘괴산댐의 수문 조작은 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고 이뤄진 행위’로 ‘괴산수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덕흠 의원실은 한강홍수통제소 방문을 통해 괴산수력의 적절한 대처를 확인한 이후에야 괴산수력의 홍수조절 논란에 대해 문의하는 언론에 괴산수력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후 대부분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유독 청주KBS 만큼은 17일에 이어 19일에도 왜곡된 방송으로 사실을 외면하고, 이를 통해 김 소장과 직원들의 명예를 짓밟았다.

김 소장은 자살 당일인 20일 오전 수해복구 활동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수해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배치한 후 9시 40분경 발전소로 돌아온 후 직원 1명과 함께 군청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행선지를 바꿔 사택으로 갔다가 바로 나와서 10시 5분경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후 12시까지 김 소장을 본 직원들은 없었으며, 12시경 점심식사를 위해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자 김 소장을 찾아 나섰고 12시 8분경 사무실 옥상에 설치된 체력단련장 철제 보에 목을 맨 채 숨져있는 김 소장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급히 옥상으로 올라와 김 소장의 시신을 내리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12시 25분경 119구급대가 도착해 김 소장을 괴산성모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12시 40분경 최종 사망이 확인됐다.

김 소장의 죽음에 괴산수력 직원들은 황망해 하며, 평소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강했던 김 소장이 이번 홍수에 따른 일부 언론의 왜곡되고 악의적인 허위 보도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부당한 언론에 항변한 것이 아닌 가 추측하고 있다. 김 소장의 사무실 책상에 특정 언론 2곳의 기자 명함이 나란히 놓여 있고, 상의에서 ‘언론중재위’란 단어가 적인 메모가 발견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소장은 1979년 한전에 입사해 춘천수력발전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며 40년 수력맨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청평양수발전처, 팔당수력발전소, 청평수력발전소, 괴산수력발전소 등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으며, 지난 2014년 1월부터 보성강수력발전소장을 역임하고 올해 7월 1일 괴산수력발전소장으로 부임했다.

특히 김 소장은 정년퇴직을 1년 남짓 남겨둔 상태로 수력맨으로서의 마지막 여정을 괴산수력에서 정리하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더욱이 슬하에 1남 1녀를 둔 김 소장은 지난해 딸을 결혼시키고, 올해 10월 아들의 결혼을 앞둔 상태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한 김 소장의 죽음을 병원에 와서야 접한 가족들의 오열 앞에서 직원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들 역시 이번 일부 언론의 허위보도에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발전소를 버리고 피신했다는 부분에 있어 가장 큰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오로지 댐 월류를 막고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 자신들을 무책임한 도망자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토로하며, 며칠 간 김 소장이 겪었을 심적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김 소장의 안타깝고 허무한 죽음 앞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소장과 어떤 식으로 든 짧고 긴 인연을 가진 괴산수력 직원들은 상관인 김 소장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을 자신이 탓으로 자책하고 있었다. 그만큼 김 소장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김 소장과 20여년의 인연을 맺어왔다는 한용석 과장은 ‘김 소장이 어떤 분이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며 자신이 보필을 잘 못해 그런 것 같다고 자책해 이를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남은 자의 슬픔은 죽은 자의 아픔과는 또 다른 고통이다.

언론은 사실(팩트)을 근거로 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인해 잘못된 정보의 전달은 때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며, 최악의 경우 김 소장과 같은 선택을 초래하는 불행한 결과를 종종 불러오곤 한다. 그러기에 언론은, 특히 국민적 영향력이 큰 매체일수록 보도에 신중해야 한다. 사실 확인 없이 기자의 추측만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무책임하게 허위 또는 악의적 보도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할 절대 금기다.

김 소장 안타까운 죽음은 단언컨대 무책임하고 신중치 못한 기자의 펜이, 혀가 불러온 언론 살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누가 언론에게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을 권리를 주었는가? 누가 사랑하는 이에게서 그를 빼앗고 평생 잊히지 않을 슬픔의 고통을 안겨줄 권리를 주었는가? 언론에 그럴 권리는 없다. 너무나 당연해 식상한 말이지만 언론은 사실에 근거한 정직한 보도로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을 제시할 때 비로소 존재가치를 가진다. 다시는 김 소장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치열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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